이해찬의 베트남 구상, 이광재 대신 자신의 최측근 선택
세종을 예비후보가 세종갑으로 지역구 이동...중앙당 의견 물어와 '알았다' 답

이강진 예비후보가 세종을에서 세종갑으로 내려온 이유는 세종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이력이 큰 점수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청은 세종갑 선거구에 위치해 있다.
이강진 예비후보가 세종을에서 세종갑으로 내려온 이유는 세종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이력이 큰 점수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청은 세종갑 선거구에 위치해 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몫'으로 알려진 세종갑의 새로운 주인은 그의 보좌진 출신인 '이강진'이었다.

제 21대 총선에선 자신의 사람이 아닌 '친문'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추한 것으로 알려진 홍성국 의원(세종갑)을 전략 공천했다.

그간 세평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홍 의원과 당내 경선을 통해 당시 이강진 후보를 제친 강준현 의원(세종을) 그다지 높은 수준의 공감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세종시장 선거에서 패하자, 이 전 대표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고 한다.

오는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 공천 구도는 21대 총선과는 정반대로 이뤄졌다. 21대 총선에서 고향인 금남면을 포함하는 선거구인 세종갑에서 뛰던 강 의원은 갑자기 '세종을'로 뛰어가야 했다. 세종갑을 전략지역으로 정하고 홍 의원을 최종 후보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에선 한국철도공사 감사를 마치고 세종을에서 강 의원과 재차 당내 경선을 준비하던 이강진 예비후보를 돌연 전략지역인 세종갑으로 돌렸다. 

이 전 대표는 베트남 가족 여행 때까지 총선 구도에 끼어들지 않겠다며 그의 자택인 전동면 미곡리를 떠나 1주일간 집을 비웠다. 귀국 직후 '베트남 구상'에 나온 아이디어를 중앙당과 이강진 예비후보에게 전했다.

세종갑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친명 성향이 강한 강준현 의원과의 소모전 대신, 세종의 강남으로 불리는 세종갑에 '이해찬 키즈(이강진)'를 내보낼 결심을 한 것이다.

명분 대신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집이 있는 전동면은 세종을 선거구다. 자신이 있는 한 실질적 지분을 강 의원보다 많이 갖고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두 곳 모두 승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바닥에 깔린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세종갑 선거구에 일찌감치 경선 마당을 깐 젊은 후보들은 단체 행동을 통해 부당성을 알리는 집단행동에 들어가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당내 반발을 부드럽게 꺾는 게 이강진 예비후보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의 '강원대망론'을 꺾은 이 전 대표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중도일보에 따르면 서울 종로 출마 포기를 선언했던 지난 5일, 이 전 사무총장은 세종갑 선택에 상당한 무게를 실리는 언급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발언 수위는 낮아졌고, 지난주부터는 세종정가에서 '이광재의 세종행'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돌았다. 이 시기를 전후해 이 전 사무총장은 이강진 후보와 통화에서 세종으로 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안부 전화를 수차례 했다.

강원 출신의 '친노 좌광재' 대신 '이해찬의 남자(이강진)'를 출격시킨 이면에는 지난 세종시장 선거에서 패한 책임을 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광재 전 사무총장 다음의 1순위로 꼽히던 이춘희 세종시장(재선)을 택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의 칼날이 문재인 정부의 심장부로 좁혀오고, 이재명 대표의 대북 송금 문제와 관련해 이해찬 전 대표의 비서진까지 좁혀오자 나름 방비에 나선 것이 바로 '이강진 카드'로 보인다.

'세종판 방탄'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하는 이유다. 이 전 대표의 '오판', '노욕'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전략가로 꼽히는 그가 선택한 '신의 한수'는 다음 주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권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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