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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는 개다”최영민 논산계룡교육지원청 학폭심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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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17  14: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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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 논산계룡교육지원청 학폭심의위원장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하더니, 개 키우는 사람 이해 못했던 내가 강아지랑 함께 산다. 우연히 4년 전 말티즈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올 때만 해도 달갑지 않았다. 강아지 돌보는 일이 분명 내 차지가 될 것이라는 반갑지 않은 예감 때문이었다. 예감은 적중했고 강아지는 밥 주고 산책시켜주는 나를 제일 잘 따른다.

강아지 언어로 기댄다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라는데 작고 복슬복슬한 몸을 내 몸에 기대어올 때 그 가벼운 무게와 달리 사랑스러운 마음은 무겁고 따스하다. 지난 주 큰딸 집에 며칠 가있는 동안 제일 걱정되는 것은 강아지 ‘수수’였다. 반려견을 위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무시로 집에 있는 식구들이 수수를 잘 챙겨주고 있나 감시하면서, 소홀한 것 같으면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해댔다. 몸은 큰 딸집에 있으면서 내 마음은 낮 시간 동안 장시간 혼자 집에 남겨진 수수를 염려하며 지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관계를 맺고 감정을 공유하다보면 어떤 육신의 옷을 입고 태어났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수라 하트는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들이 하는 경험과 느낌, 욕구를 살피는 것이며, 그래서 존중의 의미는 허용보다는 살핀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고 했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나는 개다>의 화자는 ‘구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다. 구슬이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 중 구슬이와 단짝 친구인 동동이는 다섯 살 어린이다. 구슬이와 동동이는 함께 놀고 잠도 같이 자고 그런다. 어느 날 구슬이가 ‘응가’실수를 해서 화가 난 아버지는 구슬이를 베란다에서 자도록 한다. 구슬이는 어둠속에서 왠지 큰 소리로 하울링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아주 작은 소리로 혼자 운다. 그런데 구슬이 마음을 살핀 다섯 살 동동이는 이불을 들고 방에서 나와 베란다에서 구슬이와 나란히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동동이의 팔을 베고 잠이든 구슬이, 구슬이의 등 뒤에서 곤히 잠든 동동이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그림책 마지막 장면이 너무 사랑스럽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서 후보 사이에 벌이지는 경쟁과 공격 발언이 연일 탑 뉴스로 오르내린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쓰는 것은 알겠는데 난데없이 돌고래, 멸치, 고등어, 하이에나 등 동물 후보가 난립 중이다. 우스개로 정치가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와 같아서 정치인들이 제일 잘 보는 프로그램이 동물의 왕국이라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정치인이 특정 동물로 비유되긴 내 기억으로 처음이다. 누가 돌고래고 누가 멸치인지는 관심은 없지만 인간의 관점으로 동물을 판단하고 비하하는 것은 오만이고 무지의 소치다.

우리가 쓰는 언어 안에 사람을 동물에 빗댄 표현이 많다. 곰같다, 여우같다, 돼지같다, 뱀같다, 닭같다, 개같다, 모두 동물의 생김새나 행동양식만 보고 사용하는 인간중심의 매우 이기적인 비유법이다. 정말 개 같은 것은 뭘까? 반려견과 생활하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강아지는 정이 많고 감정표현이 솔직한 사랑꾼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상대방에게서 나 자신을 인식하고 내 안에서 상대방을 인식하는 능력이야말로 깊이 있는 민주적 경험”이라고 했다. 그 상대가 꼭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동물복지와 동물해방 사이에서 명료한 결정을 하지 못한 인간동물의 한 사람으로서 비인간동물에 대한 유기와 학대, 도축에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모든 생은 나 아닌 것들과 더불어 병생(竝生)하며 생명의 원 안에서 다른 생명과 함께 태어나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어떤 사람도 어떤 존재도 생명을 가진 다른 존재보다 더 위에 있거나 더 아래 있지 않다. 그래서 ‘개·돼지보다 못한 인간’도 없고, ‘인간보다 못한 개·돼지’도 없다. 그냥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생명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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