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시는 강경 존치 입장…지역민심은 부적면 이전

전철세 취재국장
전철세 취재국장

논산경찰서 이전을 위한 논산·계룡지역 주민공청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경찰서 일대는 강경·부적주민 등 수백여 명이 모여 삭발식과 대규모 찬반집회를 벌이는 등 뜨겁게 달궈졌지만, 정작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계룡시민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계룡시민 안전과 민원해결에 직결되는 경찰서 위치를 결정하는 중대한 주민공청회임을 감안해 논산경찰서는 계룡관내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시민참여를 독려한 바 있지만 이날 참여 계룡시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인근 논산시의 경우 도의원까지 나서고, 지역구 의원 2명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지역 민의를 대변하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음에도 지역 민심의 대변자임을 자처하는 계룡시의원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회기 중인 것도 아니고 얼마나 바쁜 일들이 많기에 시민안전과 민원해결에 직결된 사안임에도 단 한 명의 의원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걸까?

이런 무관심 덕분인지 계룡민심은 자꾸만 왜곡 변질돼 논산지역 정치권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거수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실제 이날 공청회에서 논산경찰서 부지이전 TF팀은 지역 정치권 및 논산·계룡시는 논산경찰서의 강경 존치 입장임을 분명하게 밝히며, 강경읍민의 손을 들어줬다.

그 이유로 계룡시는 2020년 이케아가 입점하면 인구 6만 이상이 예상돼 국회의원, 충남도지사 등과 협력해 계룡경찰서 신설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현재 시청 옆 임시축구장으로 활용되는 부지가 계룡경찰서 부지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면서 말이다.

게다가 강경에 사업장을 둔 한 계룡시민은 발언대에 올라 계룡시 공공기관유치위원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계룡시민들은 강경읍 존치를 바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이에 반해 계룡시의 바로 인근 지역인 벌곡면, 연산면 주민들은 관광버스를 동원해 수십 키로 떨어진 강경까지 찾아가 피켓을 들고 부적면 이전에 힘을 실었다.

이들이 들고 온 피켓에는 “경찰서와 제일 멀리 떨어진 벌곡면민도 편리하게 치안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 모든 시민이 공평하게 편리하게 치안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 강경읍은 역사문화 중심으로! 경찰서는 치안중심으로!” 등이 적혀 있었고, 부적면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면민들의 민심을 표현했다.

하지만 벌곡면보다 더 먼 계룡시는 왜 이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지역사회를 위해 나서야 할 사회단체나 시의원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이 무관심과 존재감 없는 계룡의 실상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물론 계룡시 일각의 주장은 계룡시가 향후 계룡경찰서를 유치해야 하는데 계룡과 가까운 부적으로 이전하면 오히려 경찰서 유치에 차질을 주는 것이므로 논산경찰서는 보다 멀리 떨어진 강경에 있어야 좋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논산경찰서가 계룡시 인근에 자리한다면 시민 안전과 민원 해결에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되고, 장차 계룡경찰서도 함께 유치한다면 이 또한 금상첨화는 아닐까?

각종 소송 등으로 인해 계룡시에서 33KM나 떨어진 강경에 위치한 논산경찰서를 한 번이라도 찾아 본 이들에게 의견을 들어봤다면, 절반 거리인 16KM 떨어진 부적면에 경찰서가 있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송으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데 장거리를 운전해 조사 받고 돌아오는 시민 입장은 도대체 누가 대변한다는 말인지 싶다.

또한 경찰서 신설은 지역 치안수요와 맞물려 결정되는 것이지 다른 지자체 경찰서 위치와는 별 상관관계는 없지 싶다. 오히려 인구 3만 명도 되지 않은 군 단위에도 경찰서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면 이를 유치하지 못한 정치권의 자성이 우선 이뤄져야 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이렇듯 논산경찰서 이전과 관련해 지역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권의 논리로 결정된다면 계룡시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감내하며 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시민의 안녕을 위해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서 이전조차 정치논리로 해결하고 의지하려는 행동은 비겁한 것이 아닐까?

경찰헌장에도 명시돼 있듯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영예로운 책임이 경찰에게는 있다.

어떠한 불의나 불법에도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논산경찰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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