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지 권민호 편집기자

계룡시 하면 누구나 국방도시를 연상한다. 적은 인구에도 시(市)로 승격된 것은 이 지역이 곧 국방을 상징하는 도시로 각인된 중요성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시장 후보로 나선 이들마다 제일 큰 공약으로 국방도시 완성을 내세우고 있다.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 많아서인지 현재로선 각 후보의 특색 있는 공약이 부각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후보들의 공약 알리기 부재가 결국 후보 간 차별화와 정책 대결의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거 초반을 넘기며 이번 계룡시장 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누가 뭐래도 정책(공약) 대결과 후보 단일화가 아닌가 싶다. 전국적으로 여당의 공세에 눌린 야당의 단일화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인근 대전은 물론 계룡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태동됐다. 지난달 28일 이응우 자유한국당 계룡시장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원 바른미래당 후보에게 ‘보수·안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하고 나선 것이 그 사례다. 결과는 단일화 불발로 끝났다.

이응우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이기원 후보는 성명을 통해 ‘이응우 후보가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의 무타협 조건을 주장하며 단일화 운운하는 것은 얄팍한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다. 언론 플레이를 통한 꼼수를 즉각 중지하라”고 일침을 가하고 나섬으로써 사실상 단일화가 무산된 것-.

삼국지에 나오는 형주를 둘러싼 소유권 갈등 이야기 한 토막-. AD 208년, 적벽에서 승리한 주유는 형주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유비도 주유에게 형주를 먼저 공격할 기회를 양보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유비는 주유가 조인과 혈투를 벌이는 사이 남성을 가로챈다. 게다가 조인의 인장을 이용해 형주와 양양까지 점령한다.

손권의 명을 받은 노숙은 유비를 찾아가 형주를 돌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유기가 세상을 뜨면 반환하겠다는 약속만 받고 물러난다. 유비는 이후에도 형주를 반환하지 않고 촉을 점령하면 주겠다고 계속 둘러댄다.

221년. 드디어 유비가 촉을 점령하자 노숙은 다시 형주의 반환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형주를 지키던 관우가 반환을 거절하는데 대도독이었던 노숙의 진심이 결국 관우를 움직였고 형주의 3개주를 우선 반환 받게 된다.

전략도 전술도 아닌 미래를 걱정하는 노숙의 진심이 결국 관우를 설득시킨 것으로 이는 모두가 상생하는 큰 걱정에서 일의 실마리가 풀렸다는 역사적 사례다.

선거일이 10일 안으로 다가오면서 계룡지역에서는 이번 선거는 '이슈 없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후보 간 단일화 배경은 명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여당의 독주 분위기에 대응하자는 위기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한 번 해볼 만 한 것은 서로 갈라져 싸우는 것보다 단일화라도 해서 진검승부를 겨루는 것이 낫다’는 명분이 북방 호재를 등에 없고 상승 가도를 달리는 여당의 여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호 이해가 상충되는 형국에서 후보 간 서로 뜻을 같이하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각 후보마다 자신만이 계룡시장 감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어떤 후보가 진정 계룡시 발전을 이끌 시민의 머슴인지 시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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