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효 회장(계룡시 그라운드골프협회)

“30년 군 생활을 계룡대에서 마감하고, 부딪히고 넘어지며 아들 둘 출가시켜 손주 보고 아흔셋 어머니 저세상 마중하니 필자도 이제 일흔입니다.”

맞벌이 아들부부가 자식하나 키우며 사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일 때는 지금 나의 삶을 저들과 바꾸라면 선뜻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황당한 생각을 해보며, 구순의 노 교수께서 ‘인생의 황금기는 70대’라고 하신 말씀을 떠올립니다.

작년 초 동네 탁구장이 증축되면서 탁구를 배우고 싶은데 나이 때문에 망설이는 몇 분과 ‘계룡 실버탁구동호회’를 조직해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땀 흘리고, 쉬는 시간에는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옥수수, 감자 나누어 먹으니 40년 즐겨온 골프보다 훨씬 유익한 우리세대에 맞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 넘기기 급급했던 회원들이 1년이 지난 요즘은 시합을 하며 백 드라이브로 멋지게 득점하고 어처구니없이 실점할 때는 어린애처럼 배꼽 잡고 웃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점심은 회원들과 어울려 복지관에서 해결하고 색소폰 연주실로 와서 즐겨 불렀던 가요를 신나게 연주하다 수변공원에 그늘이 지면 그라운드 골프연습을 하며 곧 있을 대회 준비에 열중하다 보면 하루해가 훌쩍 저뭅니다.

1주일에 한 두 번은 국사봉 등산모임에 참가하고 매주 수요일에는 논어, 소크라테스 등 수준높은 인문학 강의도 무료로 듣습니다.

또한 한 달에 한 두 번은 도내 시·군 생활체육대회에서 주관하는 라지볼 탁구와 그라운드 골프대회에 초청되어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에 임할 때는 투지가 생깁니다.

소요 비용 일부는 지자체나 노인회에서 지원되고 이런 시설들이 10분 내 거리에 위치해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색소폰 연주 실력이지만 구순 홀몸 어르신이나 요양시설에서 위문공연을 할 때는 초점 잃은 시선으로 앉아 계시던 어르신들이 손뼉을 치며 장단 맞춰 주시고 어눌한 말투로 ‘타향살이’를 청하실 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목이 메어 제가 위로받는 자리가 됩니다.

삶의 가치나 목표가 각자 다르지만 천성이 부지런하지 못한 필자 나름으로는 건강을 위한다며 억지로 하는 운동보다는 하고 싶은 운동을 하며 악기도 한 가지 정도 연주하면서 지역사회에 조그마한 봉사라도 할 수 있는 지금의 삶이 일상의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국가와 군, 함께해 주시는 주변 모든 분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도내 15개 시‧군에서 제일 늦게, 올해 창단된 계룡시 그라운드골프가 금년 안으로 꼭 우승해 계룡시 명예 선양에 일조했으면 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이제 계룡이 나의 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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