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두희 (계룡시사회복지협의회 이동세탁팀장)

오늘 한 마을회관에 갔더니 어르신들이 둥굴게 모여 앉아 양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어 원형을 만들고 좌우로 움직이며 끙끙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마도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젊은 선생님이 가운데 앉아 한명씩 자세를 고쳐주며 농사철에 찌들고 힘든 어깨, 허리 근육을 풀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농사, 채소농사를 짓느라 허리가 굽은 아저씨도 오셨고 장날이면 시장에 나와 푸성귀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 얼굴도 보였다.

어느 마을에 갔을 때는 노래교실 선생님이 찾아와 노래를 가르치신다. 스피커에서는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라는 노래 가락이 흘러나오고 할머니들은 매일 얼굴을 맞대는 터여서 서로 멋쩍을 법도 한데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몸을 흔들며 노래도 따라 부르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언젠가 마을회관 앞에 예초기, 경운기 등 농기계들이 즐비하게 나와 있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출장 나온 직원이 농기계를 무료로 수리해 주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농사철에 사용해야 할 농기계가 고장 나면 면소재지까지 차에 싣고 고치러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관공서에서 찾아와 무료로 수리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 어르신은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이야. 이걸 고치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데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고쳐주는 사람도 정말 친절하고 말야!”하며 크게 만족해 하셨다.

나도 무료 이동세탁을 다니다 보니 마을회관(경로당)을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이동 세탁차’를 가지고 세탁봉사단원들과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어르신들을 찾아가 무거운 이불과 카페트를 수거하기도 하고 세탁해서 집에 가져다 널어 드리는 세탁봉사를 하지만, 지역 내 어려우신분을 찾기도 하고, 그 분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해 맞춤형으로 지원해 주는 ‘좋은 이웃들’ 사업을 위해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음료, 식료품, 두부 등 기부 물품을 전해주는 ‘사랑 나눔 푸드뱅크’ 일도 도와주고 있다. 그 분들은 누가 주는지, 어디서 주는지 잘 모르지만 이따금씩 배달되는 물건을 받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기부물품을 가지러 안성, 용인, 수원, 천안 등 장거리 운전하는 것도 그렇고, 물건을 차에 올리고 내리는 작업을 하다보면 팔꿈치나 손목에 통증을 느끼기도 하며 대부분 엘보로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깨끗하게 세탁된 이불을 가져다주고, 기부물품을 어르신들에게 건네줄 때 그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것으로 모든 피로는 잊을 수 있다.

이렇게 동네를 다니다 보면 마을회관에는 늘 누군가 손님이 방문해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보건소에서 나와 어르신들의 혈압과 건강을 체크하고 밭에 나갈 때 벌레에 물리지 않도록 교육도 시키고 약품도 나눠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에 좋다며 종이접기, 만들기, 그리기 등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도 자주 찾아오는 것 같다. 어떤 경로당에는 봉사단체에서 밥과 반찬을 해다 점심식사를 나눠 드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뿐이 아니다. 매월 마을을 돌아가며 ‘찾아가는 마을잔치’가 열리는 날에는 할머니들의 손톱을 정리해 주고 색을 칠해주는 네일아트봉사단, 어깨와 팔의 피로를 풀어주는 터치그라피, 머리를 손질해주는 이ㆍ미용봉사단, 국수를 삶아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철쭉봉사단 봉사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세상 살기 좋아 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주변을 돌아보면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간혹 엄사공원에서 열리는 아나바다 바자회에 가보면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옷가지나 생필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옆에서 떡볶이나 어묵을 팔기도 한다.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품을 수집하여 스스로 가격을 정하고 홍보도 하면서 판매한 돈으로 연말 독거어르신들에게 겨울이불이나 생활필수품을 전해주는 모습도 아름답기만 하다.

어르신들에게 그런 기쁨을 선사하는 사람들은 일부 보수를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 일을 미룬 채 어려운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다. 그 분들은 보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분들이 없으면 행사를 꾸려 나갈 수 없기에 늘 감사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그분들에게 주는 유일한 봉사시간 누적은 별 효용가치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어느 지자체는 봉사시간 100시간, 200시간이 되면 ‘우수봉사자카드’를 만들어 지역 내 가맹 음식점에서 5%씩 할인 받도록 하는 곳도 있고, 지자체 관할 읍면동사무소에서 민원서류 발급 비용이나, 도서관 및 체육시설을 이용할 때 현금처럼 포인트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계룡시에서는 언제쯤이나 가능한 일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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