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진료과별 ‘소아진료’ 특성화

생후 23개월 된 아기가 고열증상과 함께 구토를 하고 온 몸이 축 늘어져 지난 3월초 병원을 찾았다.

응급 CT를 촬영해보니 ‘맥켈게실(태아 5-7주 경에 장의 발달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져 장의 바깥으로 주머니 모양으로 돌출되는 선천적 기형)에 의한 장 폐색’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염증이 발생한 부위를 절제해내지 않으면 혈관을 타고 온 몸에 균이 퍼져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박시민 교수는 장 절제 수술에 들어가 염증이 발생한 부위를 절제해 아기는 생사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박 교수는 “만약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는 병원이었다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고, 이송과정에서 아이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소아의 경우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급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소아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의사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수도권 이외의 지방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처럼 의사가 없어서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건양대병원이 주요 진료과별로 소아분야의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지난해부터 각 진료과별로 소아분야를 담당할 의료진을 영입해 현재 소아외과 박시민 교수를 비롯해 소아정형외과 김태균, 소아안과 염혜리,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임우영, 소아이비인후과 정명현 교수 등이 해당 진료과에서 소아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소아들은 성인과는 신체조건이 달라 약물사용이 제한적이거나 치료방법도 다른 경우가 있어 이러한 설명을 들은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야간 응급실에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조혜성 교수가 배치돼 응급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양대병원의 이러한 차별화 전략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국내 소아분야의 전문 의료진은 부족한 실정인데다 병원의 입장에서도 소아진료는 고비용 저수익 구조여서 선뜻 투자를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건양대병원 최원준 원장은 “지난 2월말 병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설정한 제1목표는 우리 병원에 전문의사가 없어서 지역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가는 불편함을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비록 환자가 적어도 꼭 필요한 진료 분야가 있다면 대학병원이 이를 해결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양대병원은 지난 14년 신생아중환자실을 확장해 지역의 미숙아 등 고위험 신생아 집중치료를 위한 광역단위 지역센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뇌병변이나 발달지연 아동의 재활치료를 위해 낮병동 개념의 소아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권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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