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산지구대장 전민욱
▲ 논산지구대장 전민욱

‘아빠가 엄마를 흉기로 때리려고 해요. 빨리 와주세요.’ 며칠 전 중학생으로 여겨지는 한 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를 해왔다. 순찰차 4대, 여청수사팀, 강력팀 등 많은 경찰관이 즉각 출동했다. 남자가 술에 취해 흥분된 상태여서 폭력이 이루어진 게 분명했고 추후의 폭력 위험성도 높아 그를 붙잡아 경찰서로 데려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녀들은 “우리 아빠를 데려가면 안 돤다”며 울먹이며 애원했다. “아빠가 더 이상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데려가는 것이므로 반드시 처벌이 되는 건 아니라”고 설득했지만 가족들은 좀처럼 진정을 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형사처벌이 없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돼 상담위탁 처분이 내려졌다.

이처럼 아직까지도 가정폭력에 경찰이 개입되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논산지구대의 경우 1일 평균 4-5건 정도의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온다. 이 중에서 정작 형사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폭력행위 제지, 상담소·보호시설 인도나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경우 의료기관 인도 등의 응급조치나 주거‧점유지에서의 퇴거 등 임시조치 안내 및 상담 등을 실시하고 사건화 하는 경우에도 형사처벌 없이 접근제한, 감호위탁,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상담위탁 등 처분을 받을수 있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발생한 가정폭력사건은 2012년 8,762건, 2013년 1만6,785건, 2014년 1만7,557건, 2015년 7월 현재 2만1,381건 등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가정폭력의 증가에 따라 가정폭력의 피해는 해당 가해자와 피해자 단 둘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 전체에 정신적 피해가 막심할 뿐만 아니라 급기야는 사회생활도 어렵게 만든다. 가정폭력은 대물림되어 내 아이를 범죄자로 키운다. 가정폭력은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불안한 정서와 부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고 이로 인해 성격장애, 공격성의 증가 등으로 학교폭력, 성폭력 등의 범죄 유발로 이어지게 된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보면 교도수 수형자 486명 중 249명(51.9%)이 아동, 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직접 체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했고 특히 강간,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자의 가정폭력 경험 비율은 63.9%, 살인의 경우는 60%로 강력 범죄자일수록 가정폭력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날로 급증 추세에 있는 가정폭력의 예방책은 없을까? 앞서 언급했듯 경찰에서 취급하는 가정폭력 업무는 건강한 가정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목적이 아니고 상담이나 치료, 이 밖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타기관 연계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의지이다.

더 이상 가정폭력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과 두려움을 버리고 적극적인 신고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용기가 본인 뿐 아니라 자녀의 미래를 위해 원만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논산경찰서 논산지구대장 전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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