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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세탁하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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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7  14: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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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어르신들이 기다리는 시골마을로 가기 위해 ‘이동 세탁차’의 시동을 켠다. 시골 할머니들은 찌든 이불과 담요를 보자기에 싸서 대청마루에 내놓고 내가 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옷이나 작은 세탁물은 손빨래를 하거나 가정용 세탁기를 이용하면 되지만 이불이나 카페트처럼 무겁고 큰 세탁물은 추스르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찾아가면 언제나 반가워하신다.

 찌든 때와 먼지가 가득한 이불의 경우 따뜻한 온수와 표백제까지 넣은 세탁기에 들어갔다 하얗게 변해 나오는 걸 보고 할머니들은 무척 기뻐하신다. 아마도 이불이 깨끗하게 세탁돼  그렇기도 하겠지만 공짜로 해주는 것이라 더 좋아하시는지도 모른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대부분은 허리가 구부정하고 앉았다 일어날 때 마다 ‘아이~고!’를 연발하신다. 혼자서 거동하기 어려워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낡은 유모차를 밀고 다니고 밭에 나가실 때도 거의 엉덩이를 땅에 끌고다니다 시피 하는 분들이라 이불을 추스르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 한다.

 계룡시자원봉사센터에서 ‘이동 세탁차’를 운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관내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가 있으신 분들, 고령의 홀몸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과 쾌적한 위생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 세탁차량 운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각 마을회관을 찾아 이동 세탁차량에 대해 이야기 하면 ‘내 세탁은 내가 해야지 어떻게 남에게 맡겨!!’, ‘나는 내 빨래를 남에게 맡길 만큼 늙지 않았다’, ‘겨울에 무슨 빨래냐?’면서 다소 거부감을 갖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는 내 빨래를 남에게 맡기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고, 보이스피싱의 영향 때문인지 무료로 빨래를 해준다고 하면 무슨 꿍꿍이 속이 있어서 그러는 줄 알고, ‘됐다’고 단칼에 잘라버리곤 했었다.

「나누면 행복 + 행복」「찾아가는 복지서비스」등이 새겨진 울긋불긋한 이동세탁 차를 몰고 가 직접 보여주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도 했고, 이장단 회의 때 홍보, 경로당에 홍보 팸플릿 부착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제는 너도나도 세탁해 달라고 해 한 달은 기다려야 순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어느 마을에서는 설날 자식들이 오면 덮어야 한다며 방 한켠에 쌓아두었던 이불을 리어카에 싣고 나오는 할머니도 있었고, 아이들이 타는 유모차에 이불 몇 채를 포개 가지고 와서는 “많더라도 어떻게 해 달라”며 미소짓는 분들을 보면 어머니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느 날 A아파트에 갔을 때다. 장애가 있어 세탁물을 가져올 수 없는 노인 한 분이 계서 서 우리 봉사자들이 이 분 집에 가서 이불과 담요를 가져왔다. 이불은 먼지가 잔뜩 끼어있고 얼마나 세탁을 하지 않았는지 악취가 진동해 봉사자들이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우리는 세제 외에도 악취를 제거하는 베이킹 소다를 추가로 넣고 세탁물 온도도 40도로 올려 깨끗이 세탁해 가져다 드렸다. 봉사자들이 느끼는 보람이나 자부심은 이런 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B아파트의 경우다. 세탁기가 한창 돌아가고 있는 중에 한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세탁 차량이 있는 곳까지 찾아오셨다. 그 분은 우리 봉사자들이 세탁물을 수거해 올 정도로 몸이 불편하신 분이었는데 유모차에 커피믹스 2개, 한방차 2개가 들어있는 검정비닐 봉투와 조그만 보온물통 한 개를 우리들에게 건네주면서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한테 내가 줄 것이 있어야지. 커피도 두 개밖에 없어서 집에 있는 한방차를 가져왔는데 괜찮은지 몰라. 날씨가 추우니까 따끈하게 마시라”면서 건네주셨다. 그 할머니 얼굴엔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빛이 역력했고 행복한 모습 그 자체였다. 우리 일행이 ‘안 그래도 되는데 왜 그러셨느냐?’며 고맙다고 손을 잡아드리자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할머니의 그 모습이 백만불 짜리 미소로 우리 마음에 다가왔다.

 우리 봉사자들은 농촌에 이동세탁을 자주 나가게 된다. 세탁을 하다보면 오전에 끝나지 않아 오후 1~2시쯤 늦은 점심을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혹 시골 할머니들은 ‘겨울철 농한기에는 경로당에서 점심을 해 먹고 있으니 우리들과 함께 먹자’는 제의를 하지만 우리는 어르신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어 사양하고 있다. 언젠가는 ‘노인네들이 하니까 맛이 없어서 안 먹는 겨!, 그냥 김치뿐이지만 기왕 하는 밥이니 한 술 뜨라’고 성화여서 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 밥은 내가 자라면서 먹었던 시골의 밥상이고, 어머니가 차려주는 청국장 맛이었다. 사실은 우리 어머니도 시골에 혼자 지내면서 경로당에서 점심을 해 드시고 있기 때문에 마치 어머니가 채려주는 밥상과 같아 가슴이 찡했었다.

 우리가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는 있지만 이동세탁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정말 좋은 세상이네!’이고, 봉사자들이 듣는 말은 ‘정말 좋은 일 하시네요!’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슴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힐링되는 것을 느끼는데 우리가 어른들에게 주는 기쁨보다 우리들이 어르신들로부터 받는 즐거움이 더 크다.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세탁물을 수거해오고 가져다 널어드리기도 하지만 어르신들과 조근조근 이야기 상대를 해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계신 분들이다. 그런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푸근한 것이라 확신한다.

/류두희(계룡시자원봉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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