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집을 나선다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조금은 마음이 불안하다. 더욱이 며칠간의 여행을 떠나는 데는 충분한 계획과 준비를 해야만 하는데 그렇더라도 어느 부분엔가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은 두 달 전이었다. 평소 존경하는 지인들과 여행이라 교통수단과 숙박할 장소는 내가 알아보기로 했다. 직장이 시내와 좀 먼 곳이라 우선 가까운 여행사에 알아본 다음 퇴근길에 들러 예매를 했다. 그 날부터 떠난다는 설렘으로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아침, 나는 공항에 먼저 도착하여 예매권을 제시했다. 좌석배정을 하려던 직원이 ‘예약취소’가 되었다고 하는 것 아닌가. 한 달 전에 예매를 해놓고도 미덥지 않아 이틀 전에 확인까지 했는데 취소라니! 그것도 예매권까지 내어준 여행사에서 해약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다급해진 나는 그 여행사에 공중전화를 걸었다. 그 쪽에선 되레 ‘그럴 리가 없다, 확인해보겠다’며 시간을 끌더니 결국 단말기 고장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사람이 실수한 것을 기계 탓으로 돌리느냐’고 따졌다. 그제서야 담당자 실수로 예약 취소가 되었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 다급해진 나는 전화통이 깨져라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다시 한 번 공항 직원에게 혹시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비행기 이륙 20분전에 한번 보자고 하며 예약취소가 생기면 다행이고 없으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 몇 분을 기다리며 그동안 한귀로 흘려들었던 여행사측의 시행착오와 무책임한 행위가 이런 것인가 생각하니 이만저만 속상한 게 아니었다. 아니, 그 보다도 이 황당한 일을 같이 겪으면서도 차분히 기다려주고 있는 일행을 뵐 낯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정확하게 20분전 안내 직원이 행운의 손짓을 해왔다.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도착한 날, 설악산에는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설악산은 아름다운 설산(雪山)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떠나는 날 아침에는 그렇게 퍼붓던 눈이 멎고 하늘도 쾌청했다. 그러나 혹시나 하여 공항에 알아보니 제설작업이 늦어져 비행기가 뜰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또 어렵사리 버스를 타고 여덟 시간이나 걸려 새벽녘에야 서울에 도착했다.
참으로 길고 힘든 겨울여행이었다.
/조규옥 (수필가)
계룡일보
- 입력 2014.01.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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