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계룡시 의원
김미경 계룡시 의원

“내가 죽기 전에 네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버지의 소원이다. 내가 죽으면 누구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 갈거냐? 소원이다, 결혼 좀 해라. 내가 죽기 전에!!”
심장 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앞두셨던 아버지는 스물 여덟이 넘어가는 딸의 짝을 맺어주지 못해 병실을 찾는 나를 향해 늘 애절한 눈빛으로 말씀 하셨고, 늦은 시간까지 병실에 있다가 나올 때면 등 뒤로 한숨과 함께 엄마를 질책하며, 다투시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었다.
“딸을 일찍 들어오라고 다그치고, 남자 만나지 말라고 자꾸 그러니까 애가 남자도 안 만나고, 결혼 할 때가 지나도 연애도 못 하지 않냐? 저걸 어떡하냐고! 어휴~~”
“당신도 애를 맨날 감독하셨으면서, 나보고만…”, “뭐!!??”, “…”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엄마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어도 참으시며 내게 압력을 주셨다. “아무나 없냐? 부대에 남자들도 많을 텐데, 그 중에 하나 데리고 와 봐라.”
아무리 군부대가 직장이라고는 하나, 남자는 많지만 교재한 사람이 없으니 누구를 데리고 가서 아버지께 소개를 한다는 말인가. 차암... 미혼이라고 해서 아무나 데리고 갈수도 없고, 누구를 사귀어 봤어야 그 핑계라도 대고 인사라도 시켜 볼 텐데… ‘아무나’라고 하시면서 자격에는 ‘직장이 있을 것, 신체 건강할 것’이라고 조건까지 달아 놓으니… 참 답답하고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 온 남자가 있었다. 몇 달 전쯤에 그 남자의 엄마로부터 ‘우리아들이 본부로 전속을 가는데, 내 며느리가 될 생각이 없냐’는 뜬금없는 전화까지 받게 했던 남자. 본부로 전속을 가서 만나기도 어렵고, 설령 일이 틀어져도 소문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썩 괜찮은 조건을 갖고 있는 남자.
꿍꿍이를 숨기고 아버지께 “사귀는 것은 아닌데, 괜찮은 중위가 한 사람 있습니다.”고 했고, 장교라는 한 마디에 “두 번도 생각할 것 없다.”시며 흔쾌히 만족해 하시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어 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날짜가 정해져 있었다. 상견례 장소에 병색을 숨기느라 강력한 진통제와 소염제를 링거에 맞고 나오신 아버지는 탈진하시기까지 하시며 나의 결혼에 전력질주를 하셨고, 어안이 벙벙하게 결혼날짜가 다가와 있었다.
결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안심시키려 소개만 하려했던 나로서는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당장에 이혼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결혼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남자와 결혼을 안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천방지축이고 시끄럽고 진중하지 못한 나와는 달리 조용하고, 신중하고, 사려 깊고, 거기다 다방면으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논리 정연하고, 성실한 사람. 그래서 남편이지만 존경을 하게 되는 사람.
그래서 남편과는 존댓말을 하게 되었고, 부모가 서로 존대를 하자, 아이들도 존댓말부터 배워 시부모님은 참 좋아 하셨다.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면 늘 하는 인사말은 「건강하십시오」, 「행복하십시오」가 대부분이다.
행복한 가정.
많은 아이들이 혼란을 겪다가도 결국에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럴 때 가족이 화목하고 밝다면 아이는 훨씬 빨리 혼란에서 벗어날 것이고, 쉽게 안정을 찾을 것이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가화만사성).
부부가 살다보면 싸울 때도 있고, 한 번 싸우면 사랑했던 마음의 두 배로 상대에게 싸늘해지기도 한다. 그럴지라도 평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경, 사랑이 바탕에 있다면 정말 ‘칼로 물을 베는’ 싸움이 될 것이며, 서로의 자존감을 지켜준다면 부부싸움 이후에 더욱 공고해지는 부부간의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저런 남편을 만나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한다.
고교시절 ‘네 신앙이 뭐냐?’고 물으면 0.1초도 지나지 않아 ‘아버지!’라고 답할 정도로 아버지를 존경했고, 그런 아버지이기에 결혼을 하라는 강요에도 결혼을 결심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저렇게 좋은 남편을 만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이혼할 거라고 했던, 그때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시며 애를 태우셨던 아버지께서는 아직도 생존해 계신다.
아버지!
지금처럼 체력 유지 하시면서 오래오래 사세요. 우리 아이들이 결혼해서 행복한 모습을 더 많이 보시게 말입니다.
/김미경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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