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에는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만 있을 뿐 어른들의 웃음은 들리지 않는다. 어른들이 웃지 않으니 아이들도 따라 웃지 않는다.
도심에 웃음이 없다는 것은 삶의 여유가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웃을 일이 없기 때문인가. 혹시 대부분 고향이 아니라서 허물을 주고받을 만한 친한 벗들이 없어서 인가?
무늬만 市일 뿐, 변변한 문화원도 없는 급조된 도시에는 회색빛 고층 빌딩만 덩그렇게 놓여 있고, 오랫동안 때 묻은 끈적끈적한 맛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계룡시에도 새해가 찾아왔다. 갑오년 새해를 맞는 계룡시민들의 마음은 이래저래 무겁기만 한 것 같다.
계룡산 정기를 받으며 노후를 편히 보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은퇴자들은 ‘북어포’처럼 갈기갈기 찢어진 지역 민심에 혀를 찬다.
이곳 토박이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각급 사회단체장을 맡으면서 지역을 더욱 분열시켜 놨다고 투덜대는 모습들이다.
학교 선생님들 또한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것은 좋으나,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로 참교육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스런 소식도 들린다.
관내 자영업자들은 턱없이 비싼 상가 임대료 때문에 허덕이고 있고, 중산층 조차도 자녀 대학 학자금 부담과 각종 물가의 인상으로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철도파업 등 대형 이슈 등이 새해부터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이처럼 웃을 만한 구석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수년 전 한국 최초의 ‘웃음 치료사’로 유명한 이요셉 한국웃음연구소장이 각급 사회단체장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웃음과 행복에 대한 강연한 적이 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기자는 강당을 가득 채웠던 웃음 열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참석자들은 오랜만에 각종 스트레스로 찌든 몸과 마음을 웃음으로 달랬다. 평소 웃음에 인색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스스럼없이 박장대소하는 것을 보고 웃음에 대한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학적으로 ‘웃으면 복이 온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웃음으로 희망과 행복을 찾는 주인공이 되자는 것이 요지였다.
지난 9년간 1만여 명의 암환자에게 웃음치료를 했던 이 소장은 웃음이 모든 병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치료제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표정이 밝고 잘 웃는 암환자들의 생존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웃음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만 카슨스는 50세에 강직성 척수염이라는 난치병에 걸렸다. 이 병은 뼈와 뼈 사이에 염증이 생겨 시멘트처럼 굳어서 죽는 병인데 그 병의 완치율은 0.2%라는 절망적인 진단이 나왔다.
그는 독서로 통증과 싸우던 어느 날 한 책 속에서 머리를 꽝 치는 한 구절을 발견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은 신체에 살균작용을 한다’는 글귀였다.
그는 그날부터 ‘즐겁게 살아야지’라고 결심한 후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책과 TV를 멀리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1년 후에 완치돼, 75세까지 웃음과 건강에 대해 강의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말기 암에 걸린 집배원이 웃음배달 5년만에 암을 극복한 사연이 언론에 보도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읍 칠보우체국의 집배원 김천수씨는 2006년 직장암 4기말이란 진단을 받았지만 우연히 인터넷에서 ‘웃음으로 암을 물리친다’는 문구를 보고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해 투병환자들을 위한 특강으로 이제는 별 이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특히 웃음의 운동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증명이 됐다. 한번 크게 웃으면 윗몸 일으키기 25번, 10초 동안 웃으면 노젓기 3번, 15초 동안 박장대소를 하면 100미터 전력 질주한 효과가 있다.
또한 크게 웃으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웃는 감정이 뇌를 자극해 우리 몸이 실제 웃는 것과 거의 비슷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웃음은 운동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웃음의 효과를 아무리 강조해도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는가”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듯 결국 웃음도 선택이다. 우리가 긍정을 선택하고 웃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우리의 삶도 희망과 용기로 가득 찰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윌리엄 제임스의 명언처럼, 계룡시민들이여 갑오년 새해부터는 웃자, 어른들이 웃어야 아이들도 따라 웃는다. 웃음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올해부터 시민 모두가 웃는 모습으로 칙칙한 계룡을 활기차고 화합된 도시로 바꾸자. 우리 아이들에게 전국에서 가장 모범도시인 ‘계룡’을 물려주자.
/ 정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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