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효(계룡시 금암동 주민자치위원장)

언론인의 자세를 이야기 할 때 자주 인용되는 고사로 중국 북송 중기 명재상 범중엄(范仲淹)이 황제께 직언을 서슴지 않아 미움을 받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친구이자 당대 최고 시인인 매요신(梅堯臣)이 “까마귀처럼 불길한 소리로 화를 자초하지 말라”며 나무라자, 이에 범중엄(范仲淹)이 “소리 내고 죽을지언정 입 닫고 살지 않겠다”고 답한다.

계룡시와 유사한 인구 5만 이하 규모의 시‧군 언론은 기껏해야 기자 한 두 명이 행정관서 등 각 기관이나 단체 또는 개인이 의뢰하거나 공시된 자료를 각자의 인터넷으로 보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터여서 종이 신문 발간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독자들은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다양한 소식을 접하니 광고와 독자로 먹고 사는 언론은 호구지책으로 지역 기관 등에 의존하기 마련이어서, 진실에 대한 공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잃음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젠가 한 지방신문에서 ‘ㅇㅇ시 노인지회장은 노인인가, 어르신이가’라는 조롱조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해당 지역 경로당에서 이 신문 구독을 취소하자 이 같은 사단이 났다는 후문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있으나마나한 언론’ 탓에 ㅇ. 어떤 행사에도 맨 앞자리에 앉아야 하고, “시민이 감히 시의원에게” 호통 치는, 선거 때면 시민을 주인으로 모시다가 당선되면 시민 위에 군림하는 일부 무뢰한 시의원-.

ㅇ. 회원 수가 많아 외부적으로 자랑거리가 되지만 내부에서는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지자체 예산이 편중돼 지원되는데도 선출직 공직자는 표 때문에 오히려 이에 동조하고 다중의 위력에 기가 죽어 못들은 척, ‘나 몰라라’ 하는 언론-.

ㅇ. 또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대표라는 사람들이 대리인을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사업자등록증만 지역에서 받아두고 계약이 성사되면 외부전문업체가 시공, 납품하는 등으로 몇만 원 짜리 부품하나 교체하면 될 것을 수개월씩 방치하고, 수십만 원 출장비가 지출되는 등 지역 토호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공직자들의 부패 카르텔-.

이 같은 사례에 대해 다수의 시민도, 언론도 스스로 침묵하고 있으니 뜻있는 시민들의 공분은 높을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조경 사업을 하는 아들 친구에게 나이 일흔에 조경면허 취득에 도전해 본 경험을 들려주며 ‘오래 살아남아라’, ‘오래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 등에만 의존하지 말고 더 늦기 전 실력을 쌓아 전국 경쟁에 나서라’는 충고를 해 준적이 있다.

우리 계룡시민들은 지적 수준이 높아 복지욕구도 다양하고 이해 관계 민원 등으로 시민과 행정기관 간 충돌이 많다고들 하는데 이런 과정이 시 발전에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시민들의 갖가지 욕구를 취사선택해 신속 공정 보도를 함으로써 지역사회를 정화시키는 것이 바로 지역 언론의 소명이 아닐까 한다.

또한 언론도 행정관서 등 기관에만 의존, 운영하려 하지 말고 지역 발전을 위해 행정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국방수도 계룡시(계룡대)가 후원하고 언론사가 주최하는 ‘전국 고교생 관악 경연대회’를 개최하면 군악특기병으로 입대하기를 원하는 전국의 많은 고교생들이 지원할 것이며 계룡을 전국에 알린 군문화엑스포에 이어 계룡을 홍보하고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늘날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포천 이동갈비’와 ‘포천막걸리’는 오랜 세월 변함없는 맛과 고품질 유지덕에 이곳 군장병들이 애호하는 먹거리가 됨으로써 전국 어디서나 통하는 명품 브랜드가 됐다.

면적이 좁은 우리 계룡시는 SOC사업 발굴이 제한되고 전임 시정 책임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80~90%가 국비보조로 편성되는 예산(인구대비)이 전국에서 제일 적다.

2022년도 기준, 4만 4,000여 인구의 계룡시 예산은 2,500억, 인구 3만 명의 인접 청양군은 5,500억 원, 인구 5만의 금산군은 5,800억, 인구 2만 3,000여 전북 무주군은 4,800억 원의 예산을 각각 집행했다.

언론 보도를 보고 듣는 것이 일상이 되고, 이런 일상의 보도가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 언론은 사관이 사초를 기록하듯 자부심을 갖되 거울 속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마음가짐으로 정론직필에 앞장서는 것이 바로 언론인의 사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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