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할 수 있다’‥이진원 주무관의 끊임없는 격려에 비행소녀 A양, 고졸검정 합격 선물

따르릉~ “선생님 저 됐어요!”, “녀석도 참, 돼긴 뭐가 돼?”…. 수화기를 들자 잔뜩 흥분한 녀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 참, 보호관찰 선생님 잔소리 덕에 저 고졸 검정고시 합격했다구요!”, “정말? 잘했다~ 정말 고생했다”….

”생전 처음 이룬 성취에 너무나 기뻐하는 녀석의 목소리에 순간 코끝이 찌릿~ 해 왔다. ‘녀석’은 2020년 11월 자신의 뒷담화를 한다는 이유로 친구를 집단 폭행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폭행)’ 사건으로 대전가정법원에서 단기(1년) 보호관찰을 받고 지난 4월부터 논산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을 받는 A양(여‧18)이다. A양은 비행 청소년이었고, 집단 폭력의 가해자였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온순 침착하고 마음씨가 고와 친구들과 사이가 좋다’고 기록될 만큼 사교적이었다. 밝은 성격 탓에 반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학급 임원으로 활동했다.

A양이 바뀐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신부전증을 앓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은 A양을 위축되게 하고 우울한 성격으로 바뀌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A양은 ‘외톨이’라는 심리적 감옥에 자신을 스스로 가두었다. 말수가 줄었고, 친구들도 멀리하기 시작했다. 중3 때 어머니의 재혼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함께 살게 된 계부를 거부했다.

이때 즈음 학교 밖 불량교우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음주와 흡연을 시작으로 무단결석을 반복했다. 급기야 등교를 거부하고 고등학교 1학년을 자퇴했다. 이후의 삶은 질풍노도 그 자체였다. 계부와의 동거를 거부한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조모와 살게 됐으나 이번엔 ‘조모의 잔소리가 싫다’며 가족과의 대화를 단절했다. 폭주족 등 불량교우들과 밤거리를 배회하는 삶 속에서 재미와 해방감을 찾아 나섰다.

보호관찰 초반, 밤에는 불량교우와 어울려 밤거리를 배회하고, 새벽에 들어와 낮에는 잠을 잤다. ‘학교 가라’는 조모의 잔소리는 귓등으로 듣지도 않았다. 생활지도를 위해 집으로 찾아간 보호관찰관에게 “왜 자고 있는데 지랄이야?”라며 대들기 일쑤였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밖으로만 나도는 A양을 변화시키기 위해 보호관찰관은 잔소리꾼을 자처했다. “야간에 배회하지 마라”, “외박하지 마라” 등 보호관찰관의 훈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금 모습은 진정한 네가 아니야~”라며 다독이고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보호관찰관의 잔소리 덕분에 A양은 조금씩 신뢰를 보이기 시작했다. 보호관찰관은 심층면담 과정에서 A양이 고1 중퇴 이후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들었음을 알아냈다. 2년이나 학업을 중단한 탓에 ‘나는 안 돼!’라는 절망감에 빠져 있는 A양에게 “너는 그런 애가 아니야!”, “너도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며 고졸검정고시 과정을 안내했다. 주 1회 꿈드림센터를 방문해 검정고시 준비를 하도록 독려했다. 밤거리를 쏘다니던 습관을 버리고 하루 1~2시간이라도 공부에 매진하도록 생활지도를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던 보호관찰관의 노력이 스스로 A양을 변화시켜 갔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공손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울컥하던 분노의 감정도 자제하기 시작했다. 보호관찰관은 쌀을 지원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A양이 나태해질 즈음에는 “화이팅!!”, “니 뒤에서 항상 보호관찰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다!”라는 문자를 수시로 발송하기도 했다. A양은 공부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더니 급기야 고졸 검정고시 준비에도 속도가 붙었다. 낮과 밤을 바꿔 살던, 자포자기의 A양은 더 이상 없었다.

2022년 8월 30일 고졸 검정고시 발표 결과는 ‘전 과목 합격’이었다.

A양을 전담했던 이진원(여‧38) 주무관은 2019년 8월 보호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전주 소년원에서 원생들의 학과지도 등을 담당하다 올 1월 논산보호관찰소로 발령받아 소년 보호관찰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평소 밝고 적극적인 업무 태도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자포자기 상태에 있던 학업 중단 청소년 11명을 마음으로 변화시켜 검정고시에 합격토록 지도하는 등 비행청소년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밤거리를 폭주족과 어울리다가 대학 진학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A양은, 2년여 학업중단 상태에 있다가 한 번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보호관찰 선생님의 끊임없는 잔소리 덕분에 고졸 검정고시 합격했어요~. 내년 3월에 대학 가면 생물학을 전공하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나는 안 돼!’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폭주족과 어울리며 집단 폭력의 가해자였던 A양은 “너는 그런 애가 아니야!”,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보호관찰관의 끊임없는 관심과 믿음에 마침내 ‘전 과목 합격’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 주었다.

/권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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