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응급의학과 박성수 교수

건양대병원 응급의학과 박성수 교수
건양대병원 응급의학과 박성수 교수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떠나는 휴가철이 다가왔다. 휴가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재충전을 위해 떠나는 여행은 늘 기대감과 함께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음식을 잘 못 먹고 갑작스럽게 배탈이 날 수도 있고, 모기나 벌레에 물릴 수도 있고, 다치거나 하는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야외에서 사고가 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올바른 응급처치다. 신속히 응급처치를 실시하면서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름철 피서지 안전사고 대처법에 대해 건양대병원 응급의학과 박성수 교수로부터 알아본다. /편집자 주

익수사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할 때는 반드시 뒤에서 몸을 잡도록 한다. 또 물에서 건져낸 후에는 물을 토하게 하는 것보다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도를 유지시켜 주고 호흡이 약하거나 없을 경우 인공호흡을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호흡이나 맥박이 뛰고 있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것은 아니므로 편한 자세로 누인 뒤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흔히 영화 등에서 배를 눌러 물을 토하게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처럼 구토를 유발시키다 자칫 음식물 등 위 내용물이 기도를 막으면 질식할 수 있다.

물에 빠진 환자가 머리를 다치지 않았는데도 의식이 없거나 혹은 팔 다리가 무기력하게 축 늘어져 있을 경우 목뼈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주로 다이빙이나 서핑 도중 발생 가능성이 많은데, 대부분은 아래쪽 목뼈 손상이다. 이런 경우 환자의 목을 최소한으로 움직이도록 고정시켜야 한다. 맥박과 호흡이 확인되지 않으면 즉시 심폐소생술 실시한 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인공호흡을 마쳤을 때 괜찮아 보이더라도 응급실로 이송해 검사를 받도록 한다. 합병증의 위험이 있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병원 이송 시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므로 마른 담요로 체온을 보존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골절상

야외에서 골절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뼈나 관절부위를 심하게 다쳤다면 일단 골절을 당한 것으로 보고 응급처치를 하는 게 좋다.

먼저 손상부위를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말아야 하며 원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무리하게 손상부위를 만진다면 뼈 주위의 근육이나 혈관을 더욱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손상부위를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부목을 사용해 고정해주면 된다. 또 발목 등 관절을 삔 경우에는 무리하게 발목을 움직이지 말고 가장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 뒤 삔 부위를 붕대 등으로 감아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쳐서 피가 나요.

산이나 바닷가에서는 날카로운 물체에 상처를 입기 쉽다. 이 경우에는 일단 상처부위의 출혈정도를 살펴보고 피의 성질을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상처가 깊지 않고 피의 색이 검붉고 출혈부위를 압박했을 때 쉽게 멎는다면 정맥출혈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선홍색 피가 박동 치면서 뿜어져 나온다면 동맥손상일 우려가 있으므로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우선 환자를 누인 상태에서 가능한 한 상처부위를 높게 한다. 그런 다음에 상처부위를 잘 살펴서 상처를 낸 물체, 유리조각이나 나무조각 등을 제거하되, 상처속에 있는 물체를 찾기 위해 상처를 후벼파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렇게 한 뒤 깨끗한 수건이나 헝겊을 상처부위에 대고 눌러 지혈이 되도록 단단히 묶는다. 지혈을 위해 상처부위를 고무줄 등으로 졸라 꽉 묶는 것은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일사병

무더위에 오래 노출돼 쓰러지는 환자가 생기면 일단 환자를 가장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벗겨 체온을 떨어뜨린다. 물에 적신 모포 등을 덮어주면 더욱 빠른 효과가 있다. 또 이런 환자는 땀을 많이 흘려 체내에 염분이 고갈된 상태일 수 있으므로 시원한 이온음료를 마시게 해 체액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뱀에 물렸을 때

뱀에 물렸을때는 독사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빠르게 도망가기 때문에 잘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독사는 삼각형 모양의 머리, 수직형태의 동공, 두 개의 송곳니를 가지고 있으며 독사가 아닌 뱀에 물린 자국은 말굽 모양이다. 응급처치는 당황하지 말고 먼저 물린 팔 또는 다리에 부목을 대 고정한다.

흐르는 물에 상처부위를 깨끗하게 씻고 소독약으로 소독한 뒤 깨끗한 천으로 덮는다. 팔이나 다리를 물렸을 때는 넓은 헝겊으로 물린부위의 5-10cm 위를 묶어주는데, 상처부위에서 심장으로 가는 정맥혈류와 림프액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응급처치가 끝나면 서둘러 의사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간혹 뱀에 물린 부위에 십자모양으로 칼로 상처를 낸 후 독소를 짜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오히려 근육이나 인대 파열에 의한 2차 손상의 위험을 초래하므로 절대로 시행해서는 안된다.

벌레에 물렸을 때

여름 휴가지에서 가장 귀찮은 존재는 역시 모기 등의 곤충.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고령자는 특히 뇌염모기에 물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밤에 잘 때 가급적이면 모기장을 설치하는 게 모기퇴치용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산에 오르내릴 땐 긴팔 옷을 입는 게 안전하다.

벌은 사람이 직접 해치거나 가까이 가지 않으면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다. 일단 벌에 쏘였을 때는 깨끗한 손으로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피부를 밀어 벌침을 빼주고, 쐰 부위를 문지르지 말아야 한다. 얼음물에 적신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해주면 통증이 가신다.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는 절대 귀를 후비지 않는다. 물을 빼내기 위해 귀를 후비면 상처가 나서 염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고막 바깥쪽의 귀 통로를 일컫는 ‘외이도’는 항상 건조한 상태에서 산성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고 죽도록 만든다.

그러나 귀 안에 습기가 차고 액체가 고이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산성 환경’이 사라지면서 눅눅해진 귀지 안에서 세균이 번식하게 된다. 이 때 귀의 피부가 상처 등으로 인해 벗겨질 경우 외이도 전체에 염증이 생긴다. 따라서 물이 들어갔을 때는 물 들어간 쪽의 귀를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누워 저절로 흘러나오게 한다. 그래도 물이 안 나오면 면봉으로 가볍게 닦아내고 저절로 마르도록 둔다.

일광 화상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에 무심코 맨살을 노출했다간 일광화상을 입기 쉽다.

자외선은 피부의 최대 적이며 게다가 강렬한 햇빛은 일사병 등의 후유증도 발생하므로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가급적 운동을 삼가고 일광욕도 15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자외선차단지수 20정도인 자외선차단제를 아침부터 2~3시간마다 발라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뜨거운 물에 데는 화상과 달리 일광 화상은 노출 즉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태양에 노출된 지 4~6시간 정도 지난 뒤 벌겋게 붓고 화끈거리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24시간이 지나서야 최고조에 달한다. 따라서 노출 당시 피부에 별 탈이 없다고 방심했다간 하루 정도 지난 뒤 물집이 생기는 큰 화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노출 1시간 전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고 뙤약볕에 노출될 경우 긴 팔 옷을 입고 챙이 큰 모자를 착용한다. 물이나 땀에 자외선 차단 크림이 씻길 땐 1시간마다 다시 발라준다.

해수욕장에선 땡볕 아래 1~2시간만 있어도 피부가 발개지고 얼얼해지는 ‘1도 화상’을 입기 쉬운데 일광 화상이 나타나면 연고나 바셀린 등 무엇을 바르기보다 일단 찬물로 자주 식혀주는 것이 최선이다.

옷에 물이 묻어 불편하다면 종이컵을 이용한 방법을 알아두면 편리하다. 종이컵에 물을 넣고 냉장고에서 얼린 뒤 화상부위에 돌려가며 식혀준다. 얼음을 넣은 비닐 랩으로 식혀주는 것도 좋다.

의학적으로 살을 태우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지만 굳이 선탠을 하려면 오전 11시 이전이나 오후 3시 이후에 하도록 한다.

화상을 입었어요.

야외에서 캠핑을 하다 보면 요리를 위해 취사도구 등을 다루다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화상을 입게되면 가장먼저 화상 부위를 식히는 것이 최우선이다. 적어도 15분 이상 흐르는 찬물로 화상 부위를 씻어주거나 찬물에 적신 깨끗한 거즈를 덮어 준다.

피부가 빨갛게 변하기만 하면 1도 화상, 물집이 잡히면 2도 이상의 화상인데, 이럴 때는 깨끗한 수건 등으로 화상 부위를 덮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화상으로 생긴 물집은 일시적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덮개 역할을 하며 피부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새 피부가 돋아나는 데 도움이 되므로 함부로 터뜨려서는 안된다.

/권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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