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련 시인
갈대의 노래
나른한 봄날
여린 잎으로
세상을 만났습니다
여름 내내
서로 어석이며
몸을 뒤섞었습니다
이제 가을볕 아래
푸른 옷을 벗고서야
나는 제철을 만났습니다
새하얀 나의 변신에
길 가는 이 눈길을 주고
밭머리에서 산자락에서
나는 봄꽃보다
더 눈부십니다
지난 시간 나를 지킨 건
구할이 바람이었습니다
바람은 늘 나를 흔들어 주었고
바람 자는 고요한 시간이
오히려 어색했습니다
세상 이야기를 다 실어다 주던
바람에 온통 몸을 맡기고
나는 지금 서서히 산화합니다
하얀 날개에 실어
까만 분신을
세상으로 떠나보내며
나는 가을볕의 울림 속에서
기쁨으로 흔들립니다
◈ 김성련 시인
- 한국문인협회, 문학사랑회, 고마문학회
- 계룡시 장안로 75 (우림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