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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회복적 정의와 공동체최영민 논산계룡교육지원청 학폭심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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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07  13: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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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 위원장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지구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악당과 싸우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의 명대사. 요술봉을 휘두르며 정의를 외치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고, 정의는 요술봉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진실을 안다. 정의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오래전 정의사회구현을 외치던 독재자는 정의의 이름으로 삼청교육대를 만들어 인권을 유린하고 존엄을 짓밟았지만 정의는 독재자 앞에서 너무 느슨했고, 몇 년 전 마이클 샌델 교수 덕분에 소환된 정의는 유행처럼 소비되다가 시들해진 느낌이다.

2021년 사법정의 조세정의 젠더정의 토지정의 회복적 정의 등 정의는 구체적인 삶과 밀접하고, 공정하게 분배하고 적용되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 중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는 용어가 설명해주듯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정의다. 서양에서 시작된 회복적 정의 운동은 피·가해자가 만나는 대화 절차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회복적 정의는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피해를 회복하는 것, 처벌중심에서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초점을 둔다.

회복적 정의의 획기적인 전환은 범죄 자체를 법률 위반에서 사람에 대한 침해로 본 것이다. 사람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에 침해를 입힌 사람의 역할 커진다. 법이 정해주는 대로 처벌을 받는 것이 정의가 아니다. 침해를 입은 사람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를 채우기 위해 침해를 입힌 사람에게 필요를 요청한다. 침해를 가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상대방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직접 듣고, 고통에 공감하고, 사과할 기회를 얻는다. 대립되는 상황에서 갈등당사자들이 만나 대화하는 것,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대화는 양측 모두 서로를 폭 넓게 이해하는 과정이다.

회복적 정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프로그램들이 현장에서 작동되고 있다. 현재 법원, 경찰청, 학교 등 회복적 대화모임 형식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충남교육청에서도 2019년부터 학교갈등조정지원단이 활동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학교폭력의 경우 경미한 사안이면 학교장자체종결이 가능하지만 자체종결 요건에 충족되지 않은 경우, 해당 교육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조치를 내리게 된다. 공정한 조치를 내리기 위해 심의위원들이 장시간 협의와 고민을 통해 조치를 내리지만 조치가 피·가해 양측 당사자들에게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닐 것이다. 정의는 권위 있는 기관, 누군가에게 정해주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사건으로부터 영향 받은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고 협력해서 얻어지는 결과기 때문이다.

공동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가족공동체, 학교공동체, 마을공동체, 모여 산다고 공동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위로하고, 지지 받고, 고비를 넘기는 집단, 함께 도달하고 싶은 미래상을 공유하고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진짜 공동체이지 않을까. 피해로, 잘못된 일로 넘어진 사람을 외면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일으켜 세우는 회복적 정의 공동체야말로 늘 우리의 오래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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