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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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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9  13: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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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철세 기자

‘밖으로만 나돌던 삶이 집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런 요즘, 가급적이면 외출을 자제하게 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여느 때보다 부쩍 많아졌다. 주말도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들과 보낸다. 그러다보니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이며 두 딸들의 일상생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다보니 늘어나는 것은 잔소리뿐이라 할까? 때 되면 ‘밥 줘라’, ‘제발 공부 좀 해라’, ‘누구 닮아 방 청소 한번 하지 않느냐’는 등등…. 하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아내와 두 딸의 역공에 밀리고, 정작 문제는 자신에게 있음을 또 돌아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덕분에 새삼스레 가정의 소중함과 자신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다시 되찾게 된 것이다. 돌아보니 후회스럽고 아쉬운 것들이 참으로 많다. 그 중에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게 하나 있는데, 소천하신 아버지와 병상에 누워계신 노모에 대한 불효막심한 죄다. 도무지 갚을 길이 없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한생을 보냈는데 연로해 병이 드니 요양병원행이고, 간혹 병문안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다는 죄스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살아 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뵈었어야 맞다. 있을 때 잘하는 게 불변의 진리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춰선 것만 같은 작금의 현실 앞에서 문득 수년 전 해민스님이 쓴 글이 떠올랐다. “쉼 없이 달리면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가 다가온다. 호흡이 가빠지고 다리가 풀리고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목적지를 향해서 달려간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달린다. 잠시 후에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멈춰서 좀 쉬라는 것이다. 빨리 달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법이다.”

“너무 바빠서 항상 쫓기는 것 같을 때 고민 때문에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아 힘들 때 미래가 캄캄하고 불안하기만 할 때 우리 잠시 멈추어요. 단 1분 만이라도 잠시 멈추어요. 삶을 현재에 정지시켜 놓고 잠시 깊게 숨을 내쉬어요. 멈추면 내 주변이 또 비로소 보여요. 나를 항상 도와주는 가족과 동료들의 얼굴들 매일 지나치지만 볼 수 없었던 거리의 풍경들, 들어도 잘 들리지 않았던 상대방의 이야기들 내가 지금 하는 것을 잠시 쉬면 내 안팎의 전체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요.”

코로나19로 인해 하늘 길도 막히고 바닷길도 막히면서 온 지구가 멈춰 선 것만 같다. 이로 인해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생계마저 어려운 가정도 있을 터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잠시 멈춰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어쩌면 코로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는지도 모른다. 잠시 가던 길 멈추고 밖에서 찾던 삶을 내안에서 찾고, 가정의 소중함을 돌아보고, 풀 한포기 바람 한 점 햇살 한 줌까지도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대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코로나19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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