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세 취재국장

   전철세 기자
   전철세 기자

“여보세요. 계룡지구대지요. 금암동 A아파트 관리사무소인데요. 주민도 아닌데 와서 업무방해 하고 있는데요…출동 좀 해주세요.

A아파트 관리소장이 자신의 집무실(본인 표현)에 들어왔다고 사실 확인 차 찾아온 기자를 상대로 업무방해라며 계룡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입주민은 봉인가?”(관련기사 1면) 제목의 기사 취재를 위해 A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가 느닷없이 경찰까지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필자는 지역신문 기자로 10여년 이상 취재활동을 하다 보니 행여 내 자신으로 인해 기자라는 직업이 욕을 먹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경비직원이나 청소하는 분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헌신 봉사하는 이웃들에게는 먼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곤 한다.

사실 기자는 이아파트 관리소장의 월급 인상과 관련한 고소 건에 대한 제보를 수차례 받아온 터지만 쉽게 취재에 나서지 못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관리소장이 다른 아파트 관리소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아야 주민을 위한 서비스 질도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더 앞섰기 때문이다. 또 현수막만으로도 충분히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 공론화가 되었을 터이니 시간이 지나면 슬기롭게 해결되리라 여겼던 점도 있다.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 그동안 기자가 쓴 기사를 대충 봐도 대부분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기사이거나, 새로 건축한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 없이 주어온 선풍기를 사용하는 불편한 진실 등을 보도한 바 있었지만 이처럼 아파트 관리소장 월급 인상 건 같은 사안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은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당초 생각과는 달리 사태는 점점 주민 고소건 으로 비화됐고 이에 해당 아파트를 찾아 자초지종이라도 알아볼 양으로 15일 오전 11시 20분경 관리소장과 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을 만나러 아파트를 찾았다.

기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복도 입구에 있던 직원에게 관리소장을 만나러 왔다고 밝혔고, 이에 직원은 소장이 잠시 아파트 내에 출타 중이니 소장실 소파에 앉아 잠시 기다려달라고 안내했다. 그렇게 5분쯤 기다리다보니 관리소장이 들어왔고, 나름 정중하게 명함을 건네며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자 갑자기 소장은 더는 할 말이 없다면서 나가달라고 요구하며 “나 없는 방에 누구 허락받고 들어왔냐. 여기는 제 집무실이니까 나가세요. 주민도 아닌데 와서 업무 방해 하고 있는데요. 나가라고요. 경찰 부를까요?”라며 큰소리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이에 너무 황당해 정식 취재 요청을 하고 녹음을 한다고 밝혔고, 소장이 할 말이 없으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듣고 싶으니 연락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소장은 공문을 가지고 와서 민원을 요청하라며 아파트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고 급기야는 전화를 걸어 경찰까지 부르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에 출동한 계룡지구대 경찰들이 당시 상황 설명을 듣고 더 이상의 불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당일 취재를 멈추고 복귀했다.

사무실로 복귀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자라며 너스레를 떨며 무례하게 한 것도 아니고 자초지종을 듣고 기사화 여부를 결정하려고 간 것인데 아직도 이해되지 않아 입주자대표회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정식으로 취재해 기사화할 것을 결심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실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 마디로 이상했다. 찾아간 아파트 관리사무소 복도에 여직원 한 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하필 문을 열면 찬바람이 부는 문 입구 복도에 의자를 놓고 앉아 근무했고, 지나자 바로 우측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직원 분에게 춥지 않느냐 물으니 라디에이터를 가리켰다. 다행이다. 안쪽에는 관리소장이 자신의 집무실이라며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까지 한 관리소장실이 있었고, 그 오른쪽에는 입주자대표회의실이 있었다.

한 주민에 의하면 6개월 전에는 현 관리소장실에서 소장과 직원 2명이 함께 근무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직원들은 냉·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복도로 옮겨 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더 있다. 아파트 주민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을 고소했다. 오죽하면 그럴까 생각했다. 충분히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여겨졌다. 하지만 차디찬 직원의 자리를 돌아보노라니 도무지 기사만으로는 이 아파트의 현실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듯싶어 또 다시 펜을 든 것이다.

자신들은 소파가 있는 따뜻한 곳에 사무실을 차리고 근무하면서 직원들 휴식 공간조차 마련치 않은 무심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래저래 사정을 들으려 해도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아파트에 내걸린 “동 대표는 관리소장에게 끌려 다니는 ㅇㅇㄱ인가요?”라는 글귀가 여전히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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