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1명→‘2명 출산 완화 정책’ 효과 없어

중국도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 비해 갈수록 출산율 저하로 정부가 큰 고민에 빠졌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 아시아판 최근호가 중국의 출산율 문제에 대해 보도한 기사를 로컬충남이 발췌, 요약한 것을 소개한다.

2016년 8%, 2017년 3.5%로 인구증가율 하락

지난 1월말 중국사회과학학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2050년 중국은 65세 이상 노인이 3억 3,000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인구가 2029년 14억 4,000만으로 정점을 찍은 후 거침없이 내리막길을 달리다가 2065년에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면 내수도 그만큼 더 감소하기 때문에 결국 경제도 급격하게 침체에 빠지게 된다. 중국이 노령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젊은 층의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짐으로써 불균형적인 사회구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면 한 자녀 갖기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1980년에 배고픈 식구 입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자녀 갖기 정책’을 도입했다. 결국 이 정책이 나중에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자 2016년 정부는 뒤늦게 2명의 자녀를 갖도록 출산정책을 완화했다.

그러나 썩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2016년 8%였던 중국의 인구 증가율이 이듬해 2017년에는 3.5%로 떨어졌다. 그 원인은 중국도 ‘중류층 소득 함정’에 빠져들었다는 말로 분석되고 있다. 즉, 개발도상국 경제가 침체를 겪으면서 소득은 중류층 수준으로 올랐지만 자녀는 덜 갖겠다는 풍조가 만연한 것이다. 서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의 많은 여성들도 사회경제적 활동과 함께 안정적인 가정생활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아이를 기르는 데 필요한 보육비와 교육비는 턱없이 오르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개발도상국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보편적인 생활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도 지난해 경제 성장률 둔화로 여성 1명당 출산율이 0.95명으로 떨어졌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라고 한다. 일본은 현재 인구가 1억 2,700만이나 2100년에는 8,300만으로 감소하고, 인구의 3분의 1이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할 것이라는 게 UN의 보고서가 밝힌 전망이다. 이미 일본은 기저귀 판매량이 아기용보다 성인용이 더 많이 팔리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에서는 연금 혜택을 받는 노인이 얼마 되지 않아 노후생활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자녀들의 몫이 되었다. 베이징대가 2013년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가 민간연금에 가입했고, 0.2%가 사기업 직장연금 가입자라고 했다. 그래서 노인 케어를 위한 비용은 가족과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 다음 세대의 노동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책임을 떠맡기는 셈이다. 서구 국가들처럼 훨씬 적은 수의 젊은이들이 세금을 내어 노인세대들을 부양해야 할 처지다.

중국 정부는 증가하는 노령인구를 돌보기 위해서라도 출산 장려로 U턴을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아예 노골적으로 “국가를 위해 자녀를 갖자”며 젊은 부부들에게 선전을 해도 여성들은 사회경제적 활동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지난해 8월 난징대 교수 두 사람이 2명 미만의 자녀를 가진 사람에게 줄 출산장려금을 더 많은 가족을 가진 가정에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가 SNS를 통해 엄청난 욕을 먹었다. 중국에서 자녀는 대부분 인민들에게 정년은퇴 후 패키지 상품이나 다름없다. 닭이 낳는 계란이 노부모를 위한 끼니가 되듯 말이다.

노인인구 급성장 4-2-1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

3살짜리 딸을 하나 키우고 있는 여성 마잉(30)도 그런 기대를 갖고 있다. 남편이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데 딸 상티야니를 1년 8개월 될 때부터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상티야니는 주중에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유치원에서 보내고 주말에는 베이징 시내 대형 쇼핑몰에 가서 수영, 미술, 음악, 영어를 배운다. 이들 부모가 딸에게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약 2만 2,000달러(한화 2,200만 원)다. 마잉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내 딸이 나중에 커서 우리를 부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의 한 자녀 갖기 정책은 결국 한 사람에게 더 많은 가족의 부양을 떠맡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젊은 사람 하나가 4명의 조부모(외조부모 포함)와 2명의 부모를 책임져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생길 자녀까지 엄청난 짐을 지우게 된 것이다.

상하이 시는 최근 요양원에 부모가 있다면 자녀에게 방문하도록 의무화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중국에서 ‘4-2-1’으로 알려진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는 젊은이들에게 지레 겁을 먹이며 아이 갖는 것을 더 기피하게 만들 뿐이다. 부모로서 자녀를 결혼시키는 일이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중산공원에서는 일요일 오후만 되면 결혼 중매시장이 열린다. 수많은 부모들이 미혼 자녀를 소개하는 포스터를 갖고 나와 학업성적과 여러 가지 스팩을 자랑하며 배우자감을 찾는다. 물론 돈 많고 안정적인 지위나 직업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한 아주머니는 중국인 타임 기자를 보고 자신의 딸과 잘 어울리는 배우자라고 호감을 갖고 접근했다가 돈 많이 버는 직업과 거리가 먼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발길을 돌렸다. 그녀는 기자에게 “재산이 있느냐?”, “베이징에 등록이 된 주민인가?” 등을 묻고는 두 가지 이상 부정적인 답을 듣게 되자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런던대 글로벌 건강학과 테레스 헤스켓 교수는 중국 여성동료와 학생들이 “그 남자 정말 좋은데 너무 가난해서 결혼할 수 없다”는 말을 곧잘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2013년부터 혼인신고가 점점 줄고 있는 추세다. 이혼하는 부부도 2006년부터 매년 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늘어나는 중류층은 더 이상 결혼을 안정적인 삶을 위한 유일한 길로 여기지 않는다. 이제 전통적인 가정생활을 벗어나 사회경제적 활동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보다 3400만 더 많은 남성 심각한 성비 불균형

중국에서 남성들은 선택권이 없다. 지금 중국의 인구는 남성이 여성보다 3,400만 명이 더 많다. 가문의 대를 이을 상속자로서 남아 선호사상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래서 여아를 임신하면 낙태로 지우기도 다반사였다. 2020년 중국은 결혼 적령기 남성 2,400만 명이 신부를 구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텍사스와 뉴욕, 미국의 2개 주 남성을 합한 수로서 이 엄청난 무리의 남자들이 영원히 고독하게 성적 만족을 누리지 못한 채 우울하게 살아간다고 상상해보라. 그 결과는 매우 비참할 것이다. 성비 불균형은 소비감소, 부동산 거품, 폭력범죄의 만연, 결혼을 악용한 범죄, 마약밀매, 매춘 등의 폐해를 초래한다.

중국 정부의 고위직은 남성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많다. 일반 직장에서도 여성들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심각한 성비 불균형 속에서 여학생에 대한 차별과 함께 남학생을 더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대생 수가 더 많은 나라가 중국이다. 지금 중국 GDP의 41%가 여성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중국 어머니들은 10명 중 7명이 일을 한다. 세계적으로 자수성가한 여성 억만장자들 가운데 80%가 중국 출신이다.

중국 정부가 지금 펼치고 있는 두 자녀 갖기 정책은 오히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육아에 보다 더 시간을 빼앗길 여성들의 고용을 꺼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고용 관련 웹사이트 51job.com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기업들 중 4분의 3이 두 자녀 갖기 정책 때문에 여성들의 고용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한 자녀로 강력하게 통제했던 인구정책은 한 명의 손주로 하여금 조부모 4명, 부모 2명의 재산을 한꺼번에 상속할 수 있게 했다. 이른바 ‘4-2-1’ 현상의 이면이라고 할 수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는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게 된다. 티야니의 부모 마잉과 류민웨이는 한 자녀를 가진 베이징 주민이면서 번창하고 있는 수도에서 6군데의 부동산을 관리하고 있다. 그들은 자녀를 더 원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티야니에게만 이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재산 상속 문제로 싸우는 집도 많아요. 우리는 그런 추태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티야니 부모의 솔직한 심경이다.

늙어가는 세계

▶코도쿠시(Kodokushi): 일본에서 혼자 늙다가 고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1.76명: 미국의 출생률. 인구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2,1명의 출산율이 필요하다. ▶1.16명: 싱가포르의 출산율: 싱가포르 정부는 젊은 부부들을 위해 필라테스(요가의 일종)반을 운영하고, 임신 촉진제로 음주를 권장한다. ▶28%: 일본에서 2050년 근로할 수 있는 연령층이 28%로 전망되고 있다. ▶20%: 미국은 2030년에 정년은퇴자들의 비중이 20%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사상 처음으로 어린이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허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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