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군 이래 군가 365곡 망라…우리 안보역사 보여주는 ‘바로미터’ 기대

정성엽(예비역 대령 ‧ 前해군본부정훈공보실장) 박사
정성엽(예비역 대령 ‧ 前해군본부정훈공보실장) 박사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알아야 마음이 움직입니다. 우리 군가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노랫말에 깃든 뜻이 무엇인지 알아야 잘 부를 수 있습니다. 3군 본부가 모두 있는 계룡시에서 해마다 군문화축제를 합니다. 그런데 군문화의 가장 근원적인 것은 군가입니다. 100여 년 전 우리 독립군은 재원이 없어 군복도 제대로 갖추어 입지 못했지만 군가는 불렀죠. 비록 외국 곡의 선율에 노랫말을 지어 불렀어도 군 조직이 있는 한 군가도 존재했던 겁니다. 따라서 군대의 문화는 군가 가창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가 전문가인 정성엽(예비역 대령 ‧ 前해군본부정훈공보실장) 박사는 지난 12일 대한민국 군가를 총망라한 ‘한국군가 대전집’(스코어 펴냄)을 내놨다. 독립‧광복군가 20곡과 해방 이후 우리 군가 280곡, 그리고 전쟁‧진중가요 65곡 등 총 365곡이 해설과 함께 수록돼 있다.

국군 창설 이후 많은 군가가 제정됐지만 전파 과정에서 많은 곡이 사라져 민간은 물론 군에도 악보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던 것을 정 박사가 일일이 찾아내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2016년 국내 최초의 군가 연구서였던 ‘군가이야기’(디자인인트로 펴냄)에 이어 그가 펴낸 우리나라 최초의 군가 대전집이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연세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고 한남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음악학(합창지휘) 석사학위를 보유한 음악인이기도 하다.

현재 한남대 한국 군가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는 그는 매주 금요일 아침 라디오 국방 FM의 ‘우리 군가’코너를 통해 국민들에게 우리 군가를 소개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군가를 제대로 부르고 알리자는 취지로 예비역들과 함께 ‘코리아 베테랑 코랄’을 창단해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도 맡고 있다. 군가 레퍼토리를 주 연주곡으로 활동하는 ‘코리아 베테랑 코랄’은 각종 연주회에서 특색있고 독창적인 연주로 합창음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제2회 정기연주회에서도 ‘국군행진곡’ 등 8곡의 새로운 군가합창곡이 연주돼 새로운 장르의 접근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 박사는 이미 사장된 군가까지 찾아내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한 이유를 3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현재 장병들에게 잘 불리지 않는 곡이라고 해서 기존의 군가를 폐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는 군가는 우리의 안보 역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므로 지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없애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둘째, ‘군가는 반드시 그 시대에 유행하는 음악사조에 따라 만들어져야 하는가?’이다. 군가의 정책을 맡은 각 군의 간부들은 종종 신세대 분위기에 맞는 군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하지만 정작 간부들은 군가를 잘 부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대에 맞는 음악사조의 군가들이 병영에서 불린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셋째, ‘군가는 예술적 가치가 없는 음악인가?’ 그는 “오늘날 미국, 중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의 국가(國歌)는 군가에서 나왔고 많은 클래식 곡에도 동일한 선율이 삽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또 우리 군가의 상당수는 김동진, 김성태, 나운영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지은 곡인데 그들의 예술적 천재성이 군가를 지을 때만 사라져 버린 것인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수년 전 국방부에서는 1986년에 제정한 군가 ‘겨레여 영원하여라’를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각 군에 발송했다. 독일군가인 ‘서쪽 숲의 노래’를 표절했다는 이유였다. 어떤 네티즌이 인터넷에 독일 군가를 표절했다고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두 곡을 전문가가 들으면 전혀 다른 곡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군악대의 전주 부분이 비슷하게 진행되므로 문외한이 들을 때는 비슷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 박사는 국방부에서 30년간 사용한 군가를 네티즌의 한마디에 따라 결정했다는 것은 우리 군가정책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반면에 1947년에 제정했다고 알려진 ‘용진가1’은 일본 군가 ‘발도대의 노래’를 표절한 것이지만 아직 육군 최초의 군가로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있었던 ‘장진호 전투 기념식’에 초청받은 합창단이 첫 곡으로 독일 군가를 부르려던 것을 정 박사가 막은 일도 있었다. 어느 나라 군가인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지도 모르고 선율만 좋다고 하여 사용하다 보니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이번에 펴낸 ‘한국군가 대전집’은 이러한 점에서 그 가치를 크게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율만으로 부르던 군가를 가사에 담긴 뜻과 정신을 알고 부를 수 있게 된 점에서 군가의 목적과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장 안규백 국회의원(민주당)은 추천사를 통해 “군가는 나라의 정신이요, 나라를 지키는 군의 정신”이라며 “군 창설의 자부심과 인내의 고통, 전투를 앞둔 긴장과 승리의 갈망, 나라를 위한 충절과 겨레와 전우에 대한 애틋함이 들어 있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임을 강조하면서 이 책을 통해 지금이라도 우리의 군가가 제대로 불려지기를 기대했고 제39대 국방부장관을 지낸 윤광웅 장관은 “진중예술의 핵심으로 국가와 국민의 안보에 대한 인식과 각오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시대에 따라 환희와 애절함을 함께 지닌 우리 군가를 체계적으로 연구, 정리해 준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 또 42대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한 예술적 무기인 군가를 집대성 하였기에 감격스럽다”며 일독을 권했다. 특히 한국 작곡가 회장이면서 백석대 음악대학원장인 정덕기 교수는 “이 책이 로버트 번스가 집대성한 스코틀랜드 ‘민요 및 군가집’처럼 작곡가들의 연구 자료로서 뿐 아니라 나라의 정신으로 또 국민의 정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권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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