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은 계룡에 육사가 온다면?”

최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논산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육사 이전은 물밑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선샤인랜드 오픈식 참석 과정에서 ‘물 좋은 계룡’을 언급하자, 이를 지켜본 한 기자가 무심코 던진 말이다.

이 자리에서 SBS A&T 선샤인랜드 대표는 한 호주 관광객이 논산 선샤인랜드를 찾아 온 이야기를 꺼냈다. 선샤인랜드가 멀리 호주까지도 소문이 날 정도로 인기있는 관광메카로 거듭나고 있는데 주변에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인근 계룡시에서 숙박을 하고 왔다는 것이었다.

당시 양승조 지사, 황명선 논산시장, 박정훈 SBS 대표이사,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과 많은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예기를 하는 것을 보면 계룡시가 참 살기 좋은 곳이 분명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외국인들도 계룡의 아름다움을 알고 숙박지로 선택한 것을 보면 계룡시는 흔한 말로 물 좋은 곳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10월 계룡에서 열린 군문화축제 기간 중에도 KT데이터 트래픽에 기반을 둔 軍측 자료에 의하면 외국인 관람객이 1만여 명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은 적도 있다.

이같이 살기 좋은 계룡에 국방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 것은 지난 1989년 계룡대가 들어서면서 부터다. 이후 계룡은 시 설치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마침내 2003년 9월 19일 국방특례시로 승격 됐고, 현재까지 계룡대는 계룡지역 상권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사실 계룡대라는 곳은 지역 상권과는 별개로, 나라의 국방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최고의 군 인재들이 모인 명실상부한 군의 최고 핵심기관이다.

이렇듯 국가안위의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하는 계룡대가 이곳 계룡에 자리한 역사를 반추해보면 과거 정 도령 신화나 태조 이성계의 천도설과도 무관하지 않은 필연인 듯만 싶다.

여기에 계룡대에 근무하는 장교들의 근간을 받치고 있는 화랑의 후예, 육군사관학교가 계룡으로 이전해 온다면 계룡은 명실공히 국방의 중추도시로 거듭날 것이 자명하다.

아마도 지역상권 활성화를 넘어 통일의 관문이 이곳 계룡에서 활짝 열리지 않을까 싶다.

화랑정신으로 똘똘 뭉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물 맑고 산세 좋은 계룡산 자락에서 호연지기를 배우고, 인근 황산벌의 호국정기를 듬뿍 받는다면 장차 호국간성으로 거듭날 것이고, 통일시대 장군들을 두루 배출할 것만 같은 즐거운 예감마저 든다.

그야말로 계룡은 대한민국 평화통일의 주역들을 배출해 내는 시대적 역할을 충분하게 감당할 명실 공히 국방의 수도가 되리라 상상해 본다.

부지 제공적인 측면에서도 계룡대 내에는 국방부 유휴 부지가 적지 않게 있고, 생도들의 사열과 각종 국가행사를 담당할 대연병장도 갖춰 있을뿐더러, 골프장 부지 등도 충분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계룡시 곳곳에 있는 시민체육관과 종합운동장, 예술의 전당 등도 잘 구축돼 있어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육사 교육에도 큰 효과를 거둘 것이 분명하다. 현재도 계룡대 거주 군인들은 이곳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가적으로도 육사 이전은 서울시 주택난 완화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므로 일거양득이 아닐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1946년 개교 이래 시설이 노후화된 육군사관학교를 타 지역으로 이전하면, 이곳 부지 149만㎡(서울 노원구 공릉동)야말로 2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것이다. 또 이들은 육사 이전 시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도 충남 계룡·논산시, 경기 동두천시, 경북 상주시 등 3~4곳이나 되므로 차제에 정부가 적극 나서 공공주택 안으로 검토하라며 국민청원까지 제기하는 등 정부에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계룡시는 육·해·공군 3군본부가 자리한 국방의 수도 계룡시를 육사 이전 최적지로 판단하고 도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전략적 논리 개발을 위해 내년 본예산에 타당성 용역비를 반영해 놓은 상태다.

아울러 시는 최근 정치권에서 116곳의 공공기관 이전을 언급하자 재빠르게 나서, 이에 해당될 수 있는 육사와 국방전직교육원(성남), 한국국방연구원(동대문구) 등 3곳에 대한 정보수집과 함께 본격적인 대응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논산시도 마찬가지로 황명선 시장 지침 아래 관계부서는 동향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각종 전략 개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논산시는 국방대 유치를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육사 이전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면 필요시 TF팀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정책논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렇듯 계룡시와 논산시가 국방대와 국방산단 유치 경쟁에 이어 육사 이전을 두고 또 다시 피할 수 없는 전투를 예고하고 있다.

계룡산과 황산벌을 사이에 두고 또 한 번의 주사위가 던져진 가운데, 모 기자의 ‘물 좋은 계룡에 육사가 온다면?’이란 말이 자꾸만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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