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학교병원 안과 진선영 교수

 

최근 건강검진차 병원을 찾은 직장인 김 모(49)씨는 안과 검진 항목 중 안압(안구 내 압력)이 정상보다 높게나와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검사 결과 ‘녹내장 초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평소 가벼운 안구 건조증 외에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었던 김 씨는 의사로부터 녹내장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악화되면 실명될 수도 있는 질환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하여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받고 꾸준히 관리하면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어 다행이었다.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인 녹내장에 대해 건양대병원 안과 진선영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편집자 주>

녹내장 발생 빈도와 원인

녹내장은 당뇨병성 망막증, 황반변성 등과 함께 성인 실명의 주요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조용한 시력 도둑’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지만 녹내장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 통계 자료에 따르면 녹내장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지난 2012년 58만 3,000명에서 2016년 80만 6,000명으로 5년간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내장은 과거에 안압의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되고 그에 따라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라고 정의했으나, 최근에는 시신경 병증이라 하여 망막을 구성하는 신경절 세포와 축삭이 점진적으로 소실되어 그에 따라 특징적인 시야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라 정의하고 있다. 신경절세포의 이상과 시야 장애에 가장 명확하고 중요한 위험 인자는 바로 안압이다. 그 외에 시신경 혈류 감소, 신경 전달 물질 차단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결국 시신경절 세포의 괴사나 세포 자살 등의 과정을 통해 시신경절세포의 소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내장은 사실 조기 발견이 어렵다. 발병 원인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높은 안압이 녹내장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77%는 안압이 정상이어서 이 때문만도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녹내장인줄 모르고 지내다가 시신경이 80~90%이상 손상된 뒤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을 겪으면서 알게 된다.

조기 진단이 최선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눈에 이상이 없더라도 40세 이상부터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다. 녹내장에 걸리는 사람은 40대부터 1년마다 0.1%씩 늘어나 80대에 이르면 전체의 10%쯤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을 경우에는 더 일찍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 검진은 안압검사, 전방각경검사, 시신경검사, 시야검사 등이 있다.

안압이 높으면 높을수록 녹내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그러나 안압이 정상인 경우에도 시신경에 장애가 오는 경우도 있고, 안압이 높아도 시신경에 아무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안압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다. 전방각경검사는 홍채와 각막이 만나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전방각을 직접 관찰하는 검사로, 녹내장의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검사다. 특수렌즈를 대고 방수유출로의 모습을 검사하는 전방각경검사는 특수렌즈를 대고 안압을 형성하는 방수의 유출로를 형태학적으로 검사하는 것으로 녹내장의 종류 및 치료방법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검사다. 시신경유두검사는 녹내장이 발생하여 병이 진행하면 시신경유두의 특징적인 함몰 변화와 시신경을 이루는 망막 신경 섬유층에 결손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형태의 변화가 기능의 변화에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초기 녹내장에서 특히 중요한 검사다.

시야검사는 물체를 볼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검사하는 것으로 시신경의 기능적 변화를 알 수 있다. 녹내장의 시신경 장애는 초기에 시력에는 크게 영향이 없고 시야에 변화를 나타내므로 중심 시력이 1.0 정도로 좋은 사람도 녹내장 환자일 수가 있다. 통계에 의하면 초기 녹내장 환자의 약 5%만이 주변 시야 장애를 느낀다고 한다.

녹내장의 치료

한번 손상된 신경은 회복시킬 수 없다. 그러나 병의 발견과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다. 치료의 목적은 시신경 손상의 속도를 줄여 시야 및 시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안압을 조절하고 혈액순환을 관리하는 것이다. 치료는 높은 안압이 원인인 경우 안압을 낮추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되며, 약물요법과 레이저 또는 수술적 방법 등이 사용된다.

첫 번째 약물요법은 대부분 녹내장 환자의 첫 번째 치료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약물들이 나와 있고, 현재도 개발 중이다. 방수의 배출을 증가시키거나, 방수의 생성을 억제시켜 안압을 하강시킨다. 시신경 섬유의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와 혈류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약물들도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레이저 치료는 급성녹내장의 경우 주변부 레이저 홍채 절개술이 기본이 되며 그 외에 레이저 홍채 성형술, 개방각 녹내장인 경우 레이저 섬유주성형술 등도 시행한다. 레이저 치료 후에도 약물 요법이나 수술을 필요로 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유용한 시력이 없는 경우에는 단지 안압강하만을 목적으로 레이저 모양체 광응고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세 번째 수술적 치료는 약물 치료나 레이저 치료에도 불구하고 안압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 시행하며, 가장 고식적인 것이 섬유주 절제술이다. 그 외에도 난치성이나 섬유주 절제술이 실패한 경우, 또 녹내장의 종류에 따라 방수 유출관 삽입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녹내장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질환이 아니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에 녹내장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찾아야 한다. 녹내장을 예방하는 음식과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정기적인 검진이야말로 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드라마 속에서 실명 위기에 놓인 배우의 연기에 눈물만 흘리지 말고, 평상 건강한 준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도록 정기 검진을 권고한다. 녹내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기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권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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