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아동문학가/시인)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연일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선수와 다른 나라 선수와의 우정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29)가 37초 33기록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금메달은 36초 94로 결승선을 통과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에게 돌아갔다. 고다이라 나오는 2위로 경기를 끝낸 뒤 눈물을 훔치던 이상화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잘했다. 여전히 너를 존경한다”고 위로했고, 이상화는 “500m 뿐만 아니라 1000m, 1500m 모두 잘하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그리고는 응원해준 관중들을 향해 각기 자신들의 국기(國旗)를 흔들며 답례했다.

스포츠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국민 경우 한·일전이 치러질 때면 ‘일본은 꼭 이겨야 한다’는 민족적 자존심이 발동, 감정 대결로 치닫는 적이 많았고 최근엔 이런 감정이 인터넷 공간으로까지 옮겨져 악플 대결로 비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의 우정 어린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케 한 감동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경기가 끝났음에도 양국 누리꾼들이 아낌없는 박수가 이어지고 있는 터여서 ‘앞으로 과연 이런 한·일전이 또 있을까?’하는 기대를 부풀에 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간에는 오랫동안 일본군 위안부,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고 있고, 이런 냉기류가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번 올림픽대회 참석한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한·미간 훈련, 위안부 문제 등을 꺼내며 올림픽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얘기를 꺼냈다가 면박만 당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는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영토임이 틀림없음을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며 초중고 교과서에 이미 명시하여 왜곡된 역사를 미화시키고 있다. 위안부 문제 역시, 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죄를 뉘우치고 피해 당사자 분들에게 무릎 꿇고 진정어린 사과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다. 천억 엔을 보상한다 한들 산산이 깨어진 젊은 시절의 꿈과 정절을 바꿀 수 있겠는가?

올림픽 정신은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평화의 축제이기도 하다. 전쟁 중에 있는 국가도 올림픽 기간에는 휴전을 하고 참가한다. 그러기 때문에 국제 올림픽 조직위원회(IOC)에서도 남북 단일팀 구성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남북간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또한 평창 동계 올림픽대회에서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의 우정 어린 스포츠 정신이 전 세계에 큰 울림이 됐듯 앞으로 한·일간에도 따뜻한 우정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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