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헌묵(행정학박사)
▲ 최헌묵(행정학박사)

붕어 양식업자는 고민에 빠졌다.

언제부턴가 붕어들이 먹이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바닥에 누워 한가로이 잠만 자는 것이었다. 증체는 물론 산란도 하지 않으니 개체 수도 늘어나지 않아 날로 경영은 악화되었다.

양식업자는 특단의 조치를 찾기 시작했다.

사실 붕어들은 산란하고 치어를 보살필수록 양식장은 비좁아지고 먹이 또한 점점 부족해지기도 하거니와 몸집이 커지면 빨리 잡혀간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료 섭취와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었다.

양식업자는 과거에 강에서 물고기를 남획하여 많은 돈을 번 사람이었는데, 주민 원성이 높아지고 단속이 강화되는가 하면, 오랜 가뭄으로 강물도 말라가자 그동안 번 돈으로 붕어 양식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망할 위기에 처한 양식업자는 붕어 양식으로 떼돈을 번 붕어 양식업계의 지존을 찾아갔다. 그는 매년 수익금 중 일정 금액을 로열티로 받는 조건에서 한 가지 묘안을 알려주었다. 양식장에 메기를 몇 마리 풀어 놓으라는 것이었다.

얼핏 생각해보니 메기는 민물고기 중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여서 붕어를 먹어 치울 것이기 때문에 더 큰 손해가 발생할 것 같아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일단 해보기로 한 후, 곧바로 메기 몇 마리를 고가로 구입해 양식장에 풀어 놓았다.

메기의 효과는 곧바로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메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었다.

사료만 축내며 나태해지고 느려터지던 붕어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늘 긴장하고 있었다. 메기가 움직이기만 해도 겁에 질린 붕어들이 잽싸게 반응하면서 양식장은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고 도망치느라 배가 곱은지 사료 섭취가 부쩍 늘어났다. 사료 섭취에 비례하여 증체도 빨라졌다. 자연스럽게 육질도 좋아지고 건강해지기까지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잡혀 먹힐 것을 감안해서인지 훨씬 산란도 많이 하였다.

메기의 위협에 늘 긴장해야만 하는 붕어들인지라 메기가 하품 허거나 꼬리만 흔들어도 화들짝 놀라 제 살기 바쁘게 도망치거나 뻘 깊숙이 숨었다. 생사가 걸린지라 동료를 배려하거나 이웃을 도와주는 것은 꿈도 못 꾸었다. 오히려 내가 아닌 누군가가 잡혀 먹히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늘 긴장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다보니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졌고 자중지란이 자주 발생하는가 하면, 살아남은 붕어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고기들은 메기의 습성을 파악하게 되었다. 사냥할 때와 운동할 때, 잠자는 시간은 물론 먹는 양 등등 메기의 습성을 알아낸 것이다. 그건 메기도 마찬가지였다. 갇혀 있는 붕어는 언제든지 잡아먹을 수 있으니 놀라게 할 이유도 없었고 사냥기술을 갈고 닦을 필요도 없었다. 양식업자가 자신을 잡아가지도 않으니 걱정거리도 없었다.

메기의 약발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자 양식업자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붕어와 메기를 동시에 자극할 방도를 찾은 끝에 블루길과 베스를 수입하여 양식장에 풀어 놓았다.

배신한 메기의 알과 치어를 없애주면서 메기는 물론 붕어까지 긴장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비싼 가격에 직수입한 것들이어서 기대치는 상당했다. 하지만 블루길과 베스는 양식업자의 바람과는 달리 메기의 역할 대행도, 천적 역할도 하지 않고 사냥하기 쉬운 붕어만을 잡아먹는 것이었다.

약식업자는 현실적으로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메기는 나중에 매운탕거리로 팔면 되니 그냥 놔두고 수요자가 없는 블루길과 베스를 우선 처치코자 했다. 하지만 상위 포식자가 없고 먹을거리가 풍부한 양식장은 어디에도 없는 지상낙원임을 안 블루길과 베스는 호락호락 잡히질 않았다. 오히려 양식업자를 조롱하고 메기와 연합하여 양식업자를 물기까지 했다.

양식업자는 하는 수 없이 양식장의 물을 모두 퍼내기로 했다. 붕어만을 선별하여 다시 기르기로 결심한 것이다. 물을 퍼낸 양식업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양식장 바닥엔 붕어 5마리, 메기 10마리, 블루길 50마리, 베스 100마리가 있었다.

/ 최헌묵(정치학 박사) 계룡시 엄사면 대동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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