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담당관 김민기
▲ 예산담당관 김민기

두 사람이 벼를 벴다. 한 사람은 쉬지 않고 하루 종일 일을 했고, 다른 한 사람은 틈틈이 논두렁에서 쉬어가며 노래도 부르고 그랬다. 마침내 저녁이 되어 수확량을 비교해 보니 쉬어가며 일한 사람이 많았다. “난 쉬지 않고 일만 했는데 왜 자네보다 내가 적을까?”

“난 쉬어가며 낫을 갈았거든...”

우리는 무딘 낫을 가지고 종일 쉬지 않고 일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비효율적인 일들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벌레로 불린다. 일종의 일중독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은 1년 동안 열심히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온다고 한다. 아울러 돌아오자마자 내년 휴가계획을 세우고 1년을 가슴 설레며 기다린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젊어서 열심히 벌어 놓고서 나중에 은퇴 이후에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닐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될까? 젊어서 놀아보지 않은 사람은 노는 방법을 모른다. 놀더라도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가이드의 깃발을 쫓아 우르르 몰려다니는 상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또한 60대가 되면 현저히 체력이 떨어져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고생일수도 있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라면 별문제겠지만 말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노는 이야기냐고 빈정대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 강원도에 폭우 폭설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에고 강원도 못가겠다. 저 이재민들 미안해서 어찌 놀러 다니나?’ 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런 짧은 생각으로 인해 강원도는 이중고를 겪는다. 그럴수록 강원도에 놀러가서 숙박도 하고 회도 먹고 쇼핑을 하며 돈을 써야 그 사람들이 살아갈 것 아닌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처럼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한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인바운드 관광도 좋지만 내국인이 국내를 돌아다니며 소비하는 것 또한 국가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다. 나라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놀러다니는 타령이냐고 한다. 그러나 50대 후반인 내가 겪어온 바에 의하면 지금까지 경제가 좋았던 적도 별로 없었고 앞으로도 크게 좋아질 리도 없다. 그렇다면 평생을 여행도 못 다니고 취미생활도 못하며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논산시에는 자기 성찰 휴가가 있다. 작년 논산시의회 김진호 의원이 발의한 이 휴가는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는 10일, 20년 이상 장기 재직자에게는 20일의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조례가 공포되자 하급 직원들은 이를 이용해 가족끼리 해외여행도 가고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느라 분주한데 나를 포함한 중간간부들 중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가지 못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얼마 전 인사혁신처에서는 공무원휴가제도를 개선하여 연가저축제를 신설해 당해 연도에 쓰지 않은 휴가를 10일 한도로 내년으로 이월하여 3년마다 최고 43일의 휴가를 부여한다고 입법예고했다. 연가보상금으로 지급되는 예산을 줄이고자하는 꼼수이겠지만 정신 나간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그 휴가를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찌 되었든 적당한 휴식은 노동의 맛을 더해주는 것은 틀림없다. 일만 알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헨리 포드의 말처럼 우리는 너무 쉴 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닐까?

지금 세상에는 근면 성실하기만 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다. 물론 근면과 성실은 최대의 덕목이겠지만 거기에다 재미를 뺀다면 인생이 일만하다 죽는 소와 무엇이 다를까?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반면에 생산성은 가장 떨어지며 가장 적게 휴가를 가는 나라 중에 하나다. 물론 그 덕분에 고속성장을 이루었겠지만 이제는 적절한 휴가가 생산성을 더 높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직도 은퇴 이후에 여행도 다니며 취미생활 등 여가를 즐기고 지금은 열심히 일만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한 번 외치고 싶다.

가슴 떨릴 때 떠나라. 다리 떨릴 때는 이미 늦다.

/ 논산시 예산담당관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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