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지혜서에서 영감 받은 잠언 셋째 부문

지혜문학서 ‘잠언’ 셋째 부문(22:17-24:34)에서부터 마지막 여덟째 부문(31:10-31)까지는 사실상 잠언 후편에 해당된다. 모두 아홉 개 장(章) 안에 여섯 개 부문이 담겨 있다. 그래서 각 부문은 대개 몇몇 장으로 구성돼 있다.

유사병행법의 4행시로 된 잠언 셋째 부문의 저자(著者)는 현자(賢者)들이다. 성경학자들은 이 부문이 잠언서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솔로몬 시대(BC 970-931)로까지 올라가는 이 부문은 BC 1,000년경 중동에 전파된 이집트의 지혜서(‘아메네노페의 지혜’)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스라엘 신앙(야훼 신앙)에 접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내용은 지도자를 기르기 위한 지침, 당시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견해, 부모와 이웃에 대한 의무 등 일상의 지혜, 향락과 게으름이 가져오는 결과 등에 대한 격언을 담고 있다.

 

지도자의 덕목을 기르기 위한 지침

‘너는 귀를 기울여 현자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지식에 마음을 쏟아라. 이것을 마음 깊이 새기고 고스란히 입술에 올리면 네가 즐거우리라(22:17-18).’

‘야훼(하느님)만 믿고 살도록 나 이제 너에게 인생길을 가르쳐 주리라. 나는 너에게 서른 가지 잠언을 써 주지 않았느냐? 거기에 권고와 지식이 담겨 있다. 나에게 참되게 사는 길을 가르쳐, 참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누가 물을 때에 바른 대답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22:19-21).’

‘힘이 없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을 털지 말며 법정에서 어려운 사람을 짓누르지 말아라. 야훼(하느님)께서 그들의 송사를 떠맡으시고 어려운 사람 등치는 자를 목조르신다(22:22-23).’

‘제 일에 능숙한 사람은 임금을 섬긴다. 어찌 여느 사람을 섬기랴(22:29).’

‘이것도 현자들의 말씀이다. 재판할 때 공정하지 못한 것은 옳지 않다. 죄인을 죄없다 하는 사람은 백성들의 저주를 받고 뭇 민족의 비난을 받는다(24:23-24).’

 

일상의 지혜ㆍ향락ㆍ음주ㆍ게으름

‘성급한 사람과 벗하지 말고 성 잘 내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말아라. 그들과 어울리다가는 가미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22:24-25).’

‘남의 보증을 서지 말아라. 네가 갚을 힘이 없으면 네 누운 자리마저 빼앗기리라. 선조들이 옛날에 세운 밭 경계선 말뚝을 옮기지 말아라(22:26-27).’

‘근거없이 이웃에게 해로운 증언을 하지 말고 입술에 거짓말을 올리지 말아라. “그가 나에게 한 만큼 나도 해 주고, 그가 당한 만큼 나도 갚으리라.”하지 말아라(24:28-29).’

‘남이 못된 일을 하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날마다 야훼(하느님)를 두려워하여 섬겨라. 그래야 바라던 일이 허사가 안 되고 앞길이 열린다. 내 아들아, 잘 듣고 지혜를 얻어 내 마음을 바른 길로 이끌어라(23:17-19).’

‘술독에 빠진 사람과 고기를 탐내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말아라. 고기와 술에 빠지면 거지가 되고 술에 곯아떨어지면 누더기를 걸치게 된다(23:20-21).’

‘너를 낳은 아비의 말을 듣고 늙은 어미를 업신여기지 말아라. 진실을 팔아넘기지 말고 사들여라. 교훈과 슬기와 현명도 그리하여라. 아들이 옳게 살면 아비는 참으로 즐겁다. 제가 낳은 아들이 지혜로운데 어찌 기쁘지 않으랴! 그러니 네 아비를 기쁘게 해 다오. 내 아들아, 내 말을 명심하고 내가 일려준 길을 기꺼이 따라라(23:22-26).’

‘창녀는 깊은 구렁이요, 남의 계집은 좁은 우물이다. 강도처럼 남자를 노리다가 하나하나 녹여낸다(23:27-28).’

‘재난을 받을 사람이 누구냐? 근심하게 될 사람이 누구냐? 다투게 될 사람이 누구냐? 속상해 할 사람이 누구냐? 애매하게 상처를 입을 사람이 누구냐? 눈이 충혈된 사람이 누구냐? 술자리를 뜰 줄 모르고 혼합주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다. 잔에 딴 술 빛깔이 아무리 빨갛고 고와도 거들떠보지 말아라. 결국은 뱀처럼 물고 살무사처럼 쏠 것이다. 눈에는 이상한 것이 보이고 입에는 허튼 소리를 담게 된다. 바다 한가운데 누운 것 같고 돛대 꼭대기에 누운 것 같다. “아무리 때려 보아도 아프지 도 않고 아무리 맞아도 아무렇지 않구나. 술이 깨면 또 마셔야지.”하고 말한다. (23:29-35).’

‘게으른 사람은 “밖에 사자가 왔다. 나가면 길거리에서 찢겨 죽는다.”고 핑계를 댄다(22:13).’

‘내가 지나가다가 게으름뱅이의 밭과 생각없는 사람의 포도원을 보니, 가시덤불이 우거지고 그것을 보며 나는 깊이 생각하였다. 그것을 보고 교훈을 받았다. “조금만 더 자야지, 조금만 더 눈을 붙여야지, 조금만 더 일손을 쉬어야지”하였더니 가난이 부랑배처럼 들이닥치고 빈곤이 거지처럼 달려들었다(24:30-34).’

 

오늘의 지도자와 백성들을 일깨우는 잠언

이렇듯 잠언 셋째 부문은 지도자가 되려는 이들로 하여금 세상을 슬기롭게 이끌어갈 덕목(지혜)을 배우고 익히도록 일깨우고 있다. 아울러 부모에 대한 도리, 이웃과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각자 행해야 할 의무와 피해야 할 도리를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성적 타락과 향락, 무절제한 음주, 가난으로 이끄는 게으름(나태)을 경계하도록 하고 있다.

이스라엘 지혜문학서 ‘잠언’이 시작부터 끝까지 한 목소리로 외치는 메시지는 바로 ‘지혜’다. 잠언은 ‘지혜의 원천은 바로 하느님이며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는 것이 지혜에 이르는 시작이요 끝’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백성에게 과연 희망이 있을까? 잠언은 경구를 통해 지도자와 백성들을 희망으로 이끄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반면교사’다.(계속)

/ 계룡일보 이용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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