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고가 접수됐다. 내용은 ‘논산시 00아파트 0동 0호에서 부부지간 같은데 심하게 싸우는 거 같다’는 것이다. 주변에 사는 주민의 신고임이 분명했다. 신고 접수 후 곧장 출동했는데 막상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 난관에 봉착했다.

 요즘 들어 아파트 대부분이 보안상의 문제로 외부인 통제를 위해 아파트 입구 쪽에 차단기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다.

 차단기를 통과하기 위해 경비원에게 신고 내용을 설명해야 했고 1층 로비 통과를 위해서도 입주민과 사전 통화 후 양해를 구해야 했다. 어렵사리 현장에 도착해보니 부부 간 큰 소리로의 말다툼만 했을 뿐 다른 피해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가정폭력으로 피해자 권리고지 및 상담 등으로 신고를 종결했으나 머리 속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혹시 긴급구호가 필요한 피해자가 있었다면, 심한 폭행이 계속되는 상황이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아들이 납치됐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은 가족이 경찰과 함께 아들이 사는 집에 찾아갔지만 경비원이 가로막아 무려 30분이나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

 그동안 아파트 단지나 주상복합 아파트 관리원들이 주거지 보안을 이유로 경찰관 출입을 막아 여러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주상복합 등 대규모 주거단지 출입 지침’을 마련, 경찰관 출동 시 행동요령을 알리고 주거지 관리사무소 등과 협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은 앞으로 출동한 경찰관의 단지 및 건물 진입을 관리원들이 막을 경우 공무집행방행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경고 후에도 물리력을 사용하는 일이 발생할 땐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또한 필요에 따라 차단기·출입문 등을 강제로 열어 진입하고 강제진입 과정에서 시설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추후 보상할 계획이다.

 1분 1초가 급박한 신고 현장에서 차단기 등 보안장치로 경찰관이 방해를 받아 신고자의 인명, 신체 등에 대한 위해가 발생한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할까? 아파트 경비원이나 관리인이 경찰관 출입에 협조해 준다면 112신고현장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고 원활한 초동조치도 가능하다.

 경찰관이 신분증을 소지하거나 제복을 입고 정당한 업무를 집행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 출입할 경우 이에 대한 제지보다는 보안시설을 신속하게 개방하는 등 협조해 줌으로써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고 112신고의 골든타임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협력체계가 개선된다면 더욱 살기 좋은 아파트, 안전한 아파트가 되지 않을까?

/전민욱 논산경찰서 논산지구대장

저작권자 © 계룡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