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꼭 1년이 되는 달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국민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현장에서도 피부에 느껴질 만큼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한 마디로 아직 멀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최근에 청산도를 다녀 온 일이 있다. 청산도는 전남 완도에서 배로 50분 거리에 있는 섬으로 영화 서편제가 촬영되어 유명세를 타기 시작 했는데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잘 가꿔진 꽃길, 산책로 등은 TV에도 명소로 소개될 만큼 이름난 곳으로 평일인데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았다.

오전에 섬으로 들어가는 배에는 승객들이 그리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으나 오후에 육지로 나오는 배는 상황이 달랐다. 여객선은 1층에 승용차 트럭 버스 등을 실고, 2층에는 승객이 탑승하는 온돌식 객실 구조로 이루어진 700여 명(400톤급)을 태울 수 있는 배였는데 발 디딜 틈이 없는 그야말로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했다.

그런 와중에 배 안에서는 출입구 쪽에 앉아 있는 일부 승객과 서 있는 승객들이 서로 어울려 음주가무를 펼치기 시작했다. 다른 승객들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50분 간 육지에 도착하는 동안 이런 음주가무는 계속 이어졌다. 객실 안에 함께 있던 승객들은 즐거워야 할 여행이 불쾌하고 짜증스러운 시간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는데도 배의 안전에 책임 있는 어느 누구도 이를 제지하거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승객 안전을 위해 관광버스도 운행 중 차내 음주가무가 일체 금지된지 오래된 터인데 배 안에서는 여전히 안전이나 동승한 승객의 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후진 국민의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전과 관련하여 배 난간을 비롯한 어디에도 안전 경고 글귀나 위험 상황 발생 시 어떻게 하라는 문구조차 없는 상태였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지만 아직도 유가족은 보상 문제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정부는 물론 언론이나 국민들까지 그날의 슬픔과 안타까움에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안전 문제에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매몰되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행정적으로만 대책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현장 구석구석을 확인 점검하고 작은 것 하나까지도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에서도 세월호 참사 관련 내용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그 현장을 찾아 불안전한 상황을 보도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진정으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바로 새기는 일일 것이다.

/김학영 계룡사랑 포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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