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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제 뭐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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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3  14: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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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열일곱이나 나이 차가 나는 동서가 있습니다. 4촌이나 6촌이 아닌 친 동서인데도, 그렇게 나이 차가 나는 동서입니다.

 어쩌면 저렇게 어여쁜 사람이 나의 동서가 되었을까 꿈만 같다고 여겨질 때도 있을 만큼 제 눈에는 예쁜 동서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 지울 수 없는, 때로는 마음까지 저리는 동서입니다.

 시아버니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심장 수술까지 받으실 때, 구세주처럼 나타나 시동생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며, 시동생은 물론 제 마음까지 위안을 주던 천사 같은 동서입니다.

 ‘형님, 이제 뭐 할까요?’ 시댁 제사나 명절 때, 일손을 돕다가 한 가지 일을 끝내면, 사슴 같은 눈망울로 다음 일거리를 찾으며 제게 물어오는 나무랄 것 없는 동서입니다.

 명절이면 시댁의 많은 당숙들이 오셔서, 몇 번씩 바꿔 차려내는 밥상과 그 많은 설거지 그릇 앞에서도, 단 한 번도 몸을 사리지 않고 웃으면서 일을 해내는 고마운 동서입니다.

 시동생과 열 한 살의 나이 차가 나지만, 오히려 더 많이 시동생을 감싸고 이해하는 참으로 든든한 동서입니다.

 동서가 시동생과 결혼하고 첫 번째 맞은 명절인 추석날-. 처음 보는 많은 당숙들의 방문에, 그렇잖아도 큰 눈이 더 커져서 불안해하며, “형님. 어느 당숙이 어느 분인지, 아까 오신 분인지 아닌지 분간도 못 하겠어요. 형님. 어떻게 해요…” 하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하던 그 여린 동서가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초등학생 학부모가 됩니다.

 제 눈에는 아직도 기저귀 차는 아기 같은 조카가 벌써 커서 초등학교 입학을 한다니… 제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동서는 얼마나 마음이 설렐까 싶습니다.

 동서! 동서는 울산에서 자라고, 나는 진주가 친정이어서 만날 일이 없었던 우리가 남편이라는 운명을 만나 시댁이라는 공동운명체에서 동서 사이로 만나 가족이 된지 벌써 9년째를 맞았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일 감동적인 것은, 제사 때 마다 김치를 담가 가는 나를 따라, 어느 해 큰 제사인 할아버지 기일에 동서도 김치를 담가 왔을 때였어.

 약간은 상기 된 얼굴로 김치 통을 내미는 동서가 얼마나 예뻤는지, 곁에 계신어머님이 아니었다면 안아주고, 업어주고 싶었어.

 뭐든 엄격하게 하는 나에 비해서 따뜻하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동서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했지.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반듯하고 예의바르게 키우는 동서를 보며 속으로 참 대견해하기도 했어.

 그런 동서가 벌써 학부모가 된다니, 빠른 세월에 놀라기도 하면서 아직도 여린 새색시 같은 동서 모습이 부럽기도 해.

 언젠가 전생을 봐준다는 친구 언니에게 장난스레 물어 본 나의 전생이 시댁에서 일하던 하녀란 소리에 처음엔 발끈 했던 기억이 있어.

 그런데 시댁에서 은혜를 베풀어 면천(免賤)을 시켜줘서 평민으로 살게 되었는데, 전쟁이 나서 6개월도 못살고 죽었기 때문에 시댁에 은혜를 못 갚고 죽어서 이생에서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시댁 며느리가 되었다는 거야.

 그러니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불평하지 말고, 부모님 공경하며 기뻐하며 살라고 언니는 끝에 덧붙여 말했지.

 처음엔 무시했던 그 말들이 계속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가슴에 남아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추스리는 주문(呪文)같은 효력을 발생하게 했어.

 설령 나의 전생이 그 언니가 지어낸 거짓일지라도 ‘힘들다’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짜증스러울 텐데도 ‘은혜를 갚아야 해’라고 생각하면 힘든 일이 아닌 게 되고, 또 그렇게 세월이 흐르니 이제는 살가운 진정한 가족인 시부모님과 시동생, 시누이가 되었어.

 그렇게 15년을 살다가 동서를 만났지. 어떤 선녀를 보내시려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하나 했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다 만난 동서는 정말 천사였어.

 동서! 여동생이 없던 내게 동서는 예쁜 여동생이야. 나의 동서가 되어 줘서 정말 고마워.

 한 가득 쌓이는 설거지도 불평 없이 해줘서 고맙고, 많은 시댁 당숙과 당고모들께도 사랑스러운 조카며느리가 되어줘서 고마워.

 사랑스런 조카들을 낳아줘서 고맙고, 시동생의 조금은 급한 성격도 말없이 받아 줘서 고맙고, 무엇보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과 서른을 넘긴 시동생에 대한 걱정 많으셨던 어머님의 마음을 달래준 동서라서 고맙고, 고마워.

 하동 녹차 밭에서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던 시월의 신부였던 동서를 영원히 기억할거야.

동서가 내 동서라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 동서!

/김미경 계룡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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