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한자로 인간(人間)이라고 표기한다. 즉 인간이란 ‘사람과 사람사이’를 말하며, 이는 인간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대인관계의 의미가 내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은 부모라는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서 가족과의 만남을 통하여 지적, 신체적으로 성장하며, 일생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일을 수행 할 뿐만 아니라 정을 나누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한 개인의 건강한 삶과 인생의 성공은 원만한 대인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생활의 급속한 변화와 다양한 생활양식은 인간의 인성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를 복잡하고 어렵게 하고 있으며, 개인생활에도 다양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그 예로 건강하지 못한 대인관계가 한 개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해서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비사회적인 사람 중에는 생활 적응상의 문제이외에 우울, 불안, 고독, 허무감 등, 정신건강의 문제까지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합적이고 인맥을 중시하는 한국문화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대인관계는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 나타는 한국인들의 고유한 심리정서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정(情)과 한(恨,) 수치심 등이 있다. 한국문화에서 정(情)은 가족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장기간 함께 고생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관계를 초월한 상호수용과 의존을 기초로 형성되는 감정이다. 한(恨)은 한국의 유교적 전통에 따른 가부장제도와 문화 속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고통을 외부로 표현하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으로 소화하는 불평등과 여성성의 문화적 특성과 결합된 정서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집합적 성격이 강한 한국문화에서 개인의 행동은 타자와의 역할기대와 관련해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양심에 따른 도덕적 기준을 위반했을 때 죄책감보다는 수치심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대인정서와 함께 형성된 사회교류문화로 체면과 눈치, 의례적 핑계, 우리문화라는 독특한 현상들이 있으며, 이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우리문화 등이다.  

  전통적인 한국문화에 있어 사회적 관계의 기본 축은 ‘우리주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한국인의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은 독립적이기 보다는 ‘우리’라고 하는 타인과 하나 되는 ‘관계성 개인’이며, 이러한 한국인의 ‘우리’라는 관계의 개념은 혈연, 학연, 지연 등 지역 및 연고주의 문화적 특성에서 잘 나타나 있다. 한국인들은 학연, 지연, 혈연을 위주로 우리범주 내의 대인관계 틀을 설정하고 이를 안전적 관계라고 믿고, 철저히 그 관계를 보존하고 강화하며 무조건적인 수용과 함께 전폭적인 신뢰를 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는 자신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신뢰의 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나며, 또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도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인들의 투표행동에서 나타난 연고주의의 심리사회적 특징과 연관이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인맥’이라는 연고주의 인간관계는 상호간에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반면에 인맥이라는 고리로 인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해서 부정부패를 유발하는 사회악의 근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사회문화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연결고리에 기초한 집단중심의 대인관계를 고수하기 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원칙을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하고 건전한 대인관계 문화형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 차윤숙(한국인지학습치료학회 전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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