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논쟁이 전입가경이다.

 백가쟁명식(百家爭鳴式) 논쟁을 정리라도 하듯 일갈(一喝)하는 말로 “재벌 자식손자에게도 무상 급식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말이 회자되면서 복지문제가 방향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흘러 안타깝다. 이 말을 원래는 서민(庶民)들이 해야 맞는 말 같은데 현실은 정반대가 되었고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의 정체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되었다.   

 복지(福祉)의 사전적 의미는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국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어 노력하는 정책’이다. 영어로는 Welfare 또는 요즘 많이 쓰이는  Well-Being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헌법에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을까?    

 헌법 제1조 ①항: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②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①항은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국체(國體)를 제국(帝國)이 아닌 민국(民國)으로 하여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선언한 것이고, 둘째는 정체(政體)를 왕국이 아닌 공화국으로 하여 권력이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으로 결정됨을 천명한 것이다.

 ②항 또한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건 즉, 영토, 국민, 주권(主權) 중에서 제 3자의 간섭 없이 배타적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또는 권한인 주권이 위정자가 아닌 국민에게 있음을 나타낸 것이고, 둘째는 모든 권력, 즉 입법, 행정, 사법권이 영속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거나 인정받은 기간 동안만 행사될 뿐, 종국적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의 것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 제1조 ①항에서 특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민주’이다.  민주주의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있다. 그렇다면 왜 제헌(制憲) 당시나 이후 9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나 사회를 뺀 채 그냥 민주주의라 했을까?  

 그것은 헌법 제9장 제119조「경제편」을 보면 이해된다. ①항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자유민주주의 경제모델을 지향하고 있으면서 ②항에서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화합을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규정하여 사회민주주의 원리도 담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지만 자유경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과점과 독점, 가진 자의 횡포로부터 서민(庶民)을 보호하고 빈익빈부익부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 개입을 허용하는 사회주의적 경제모델로 보완을 꾀한 조처이다. 다시 말해 국가가 경제주체들 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소극적 불간섭이 아닌, 적극적 개입을 통해 경제 민주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헌법체계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사회민주주의를 상당부분 받아들인 혼합형 경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작은 정부가 아닌 큰 정부를 추구하는 우리나라는 한발 더 나아가 국민과 국가의 사회계약적 요소를 법제화하고 있다.   

 헌법 제34조 ①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 ②항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즉 생존권적 기본권을 권리로 갖는 반면, 국가는 이를 보장해 줄 의무를 진다는 것으로 국민과 국가 간의 권리·의무관계를 헌법을 통해 확정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를 포함한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많은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지만 유권자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복지에 관한 것일 것이다. 따라서 공약 중에서도 특히 복지정책은 지켜짐을 전제로 해서 제시되어야 한다.   

 만약 복지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할 때, 재원확보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면 유권자를 기만한 것이고 검토하고도 지키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것이며 사정변경(事情變更) 때문에 지키지 못한다면 설득과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복지는 정부나 의회가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도, 하사품처럼 나눠주는 것도 아닌, 헌법에 있는 권리와 의무관계이면서 국민과 약속한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주의·주장에 앞서 헌법을 다시 생각해 보자.

/최헌묵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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