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와 교만을 버리고

제 본질에 충실해지는 계절,

겨울

 

겨울이 되면 우리도 나무처럼

허공에 두 팔을 뻗어

오감을 열고

겨울이 빚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야한다

겨울의 침묵에 귀 기울여야한다

 

헐벗고 선 나무가

속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그 단순하고 겸손한 몸가짐을

추위와 눈에 버티고 생존하기 위해

가진 것 다 버리는 그 치열한 삶의 현존을

배워야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생명이 없으랴

들리지 않는다고

사랑이 사라지랴

 

우리에겐 숨 죽여 온몸으로

삶을 관조하는 겨울이 필요할 뿐이다. 

/이홍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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