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OECD가 발표한 공동체지수에서 우리나라는 회원국 34개 국가 중에서 33위 머물러 공동체가 급속히 와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기구에서 발표한 어린이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월등한 꼴지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노인 빈곤률과 자살률, 청소년 자살률 등 부정적 항목에서 모두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삶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행복지수도 마찬가지이다. 안타깝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통계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가구당 평균 6,000만원에 달하고 가계부채 총액이 1천조원을 상회한지 한참 되었다. 이러다보니 가처분소득(可處分所得)이 점점 줄어들고 아무리 일해도 현재의 곤궁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힘든 계층, 즉 워킹 푸어(working poor)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계층이동 가능성과 희망이 요원하다는 증표이다.

 나눔과 봉사, 배려와 양보가 인간이 지녀야 할 최고선(最高善)이고 미덕인 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누구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누군가는 이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또 다른 누구는 더 갖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있다. 이런 사회를 원했던 것은 진정 아니었을 진대, 우리는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두 축으로 하는 서구사회가 사회병리현상을 극복코자 노력하며 대안적 삶의 모델로 한국사회를 연구했음을 상기해 볼 때,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오랜 세월 튼튼한 가족공동체와 장유유서(長幼有序)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공동체로 확장되어 상부상조의 전통 속에 가난해도 서로 돕고 의지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산업화니 세계화니 하는 담론이 지배 구호가 되면서 물질만능과 출세 지상주의가 사회 전반을 압도하게 되었다. 경도된 사회구도 속에선 필연적으로 개념 없는 경쟁과 끼리끼리의 배타성이 지배하게 된다. 이미 서구사회가 경험했던 폐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겠고 학자에 따라 다른 견해도 존재하지만 IMF체제를 주요한 변수에서 누락하는 학자는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찍이 경험해 보니 못한 국가부도 사태와 국제구제금융으로부터의 지원, 이들 채권단체(IMF)와 주주격인 국가들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한국사회와 국민정서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부정부패, 무능과 과욕의 집약으로 촉발된 1997년 IMF체제는 극복해야 하는 당면과제와 대안 마련이라는 양면성으로 다가왔다. 국가부도라는 엄연한 현실적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시급성도 분명 있었지만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호기이기도 했다. 늦지만 제대로, 좀 못살아도 행복한 국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기만 우리는 정반대의 길을 강요받았고 또 우리 스스로 그 길을 선택도 했다. 효율과 경쟁, 적자생존으로 대별되는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고 이를 사회전반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제 신자유주의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 담론이고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배려니 하모니즘이니 하는 것들은 교과서에나 있는 것으로 치부될 뿐이다.   가치관의 혼돈, 승자의 독식과 패자의 분노에 찬 아우성 속을 정신없이 헤쳐 오는 동안 공동체 삶과 행복이란 단어는 꿈처럼 멀게 느껴지는 세상이 되었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世代)가 행복해 하지 않는 국가, 신뢰관계가 상실된 사회, 어렵고 답답함을 토로 할 곳 없는 현실의 질곡 속에 갇힌 느낌이다.

 답답하고 암울한 일상의 반복에서 희소식을 접했다. 계룡시의회가 의원 해외연수비 1,400만원을 전액 반납하여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해외연수를 통해 느끼고 배워서 시정에 반영한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반시민들 시선은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 온 것쯤으로 인식되어져 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계룡시의회의 결정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

 이 밖에도 겨울로 접어들면서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 한 푼 받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연례행사로 이웃과 나누고 보태고 봉사하는 사람과 단체가 많아 존경스럽고 반갑다. 이런 일들이 많아져 계룡부터, 계룡만이라도 공동체 삶이 회복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최헌묵(계룡시 엄사면 동아아파트 10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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