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단에 선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그 사이 초등학생이던 큰 애가 자라 대학 4학년으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는 교수 입장 뿐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도 대학생들을 바라보게 되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예사롭게 보이질 않는다.

 몸가짐과 수업 태도가 바르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렀지 않은 경우가 더욱 많아 안타깝고 특히 저녁 아르바이트 때문에 피곤해 하면서 수업을 듣는 학생을 볼 때면 마음이 몹시 무겁다.

 우리 세대는 20대에 막연하였지만 미래를 낙관하였고 희망과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상급학교에 진학했든 그렇지 못했든 나름의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고등학교 졸업생 중 80% 이상 대학에 진학하는 요즘엔 꿈을 잃거나 지나치게 소극적 인 삶을 추구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

 학생들에게 앞으로 10년 간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실천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해 보라는 의미에서 ‘10년 후 나의 모습’을 리포트로 제출하라는 과제물을 낸다. 그런데 대학생들의 미래 직업은 대동소이하다. 직업으로 제일 많이 꼽는 직종이 공무원인데, 7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도 도전적인 것 보다는 안정이 담보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직종에 몰려 있다. 이유인 즉은,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선택하여 안정적으로 살고 퇴직 후에도 연금혜택으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물론 부모님도 원하신단다. 20대에 40, 50년 후를 걱정하는 형국이다.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다보니 지방행정직 9급에 합격하는 나이가 평균 30세에 육박해져 대학졸업 후에도 몇 년 간은 공무원 준비에 매달리게 된다. 대학 입학 직후부터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공무원시험 준비에 20대 전체를 투자하는 셈이다. 그마저도 합격률은 1내지 2%밖에 되지 않으니 합격되는 나이는 점점 더 늦어질 것이다.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안한 사회현상에서 비롯된 이와 같은 현상은 기실 다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인 것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오히려 청년을 나무란다. 과격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개나 걸이나 다 대학생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렵고 개척해야 하는 일은 안하려고 해서 큰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내 자식은 항상 예외다.

 청년들을 핀잔하기 전에 우리 어른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자본(資本)이 인본 위에 있고 목적이 수단을 압도하며 결과가 과정보다 중시되는 세상은 우리세대로 끝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고 지금 세대는 다음 세대의 바로메타이다. 청년이 청년답게 생각하고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절망이다. 절망 속에 청춘은 혼란스럽다. 꿈조차 꾸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은 이미 정글이다. 안정적 삶만을 추구하는 청년들이 이끌 미래 한국사회의 모습은 우울하다.

 희망차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길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도전과 창조를 위해 나아가는 젊은이들을 응원하고 후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세대가 떳떳하게 노후를 보장받는 길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른 뒤 “부모님 세대가 우리에게 물려준 것 중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뭐지요?” 라는 질문에 “우리 세대는 다른 것은 몰라도 너희 세대에게 꿈과 희망은 주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헌묵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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