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묵

 
 

 우리 국민이 가장 불신하고 혐오하는 대상이 정치인인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날로 심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특히 기초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이 한심스럽다는 표정 일색이어서 더 걱정이다.

 군사독재 시절 일사불란한 국가 총체화 정책으로 단절되었던 지방자치제가 우여곡절 끝에 부활 된지도 20년이 되었다. 그런데 권한 위임도 위임 받은 권한에 대한 집행능력도 의도했던 바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 속에 기초 지방자치는 아예 없애야 한다는 무용론(無用論)과 폐해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안타깝다.

 선출직 공무원은 엄격한 시험과 면접과정을 통해 선발되는 일반 공무원, 전문지식이나 성과와 업적에 의거해서 임명되는 정무직 공무원과는 달리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출마하여 당선되면 그 직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실력이나 학력, 인성, 소통 능력이 공무원이 되는 필요조건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타 공무원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시민이 직접 뽑은 대표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도의원, 시의원들은 어떤 공무원보다도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왜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까?  

 첫째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광역단체장부터 시 의원까지 같은 정당 후보자에 투표하는 소위 ‘줄 투표’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방선거에 유력정당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방 정치인들은 어떻게 하든 정당의 공천을 받으려 한다. 수요는 정해져 있고 공급은 많은 구도에서 출마자들은 중앙당과 지역위원장과의 관계에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인적 구성의 문제이다.

 지방정치 무대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문지식보다는 지연이나 혈연, 단체, 정당활  동 경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인제풀이 제한적이다. 좁은 인재풀에서 뽑힌 그들은 위임 사무의 권한과 범위 그리고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월권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생계형, 직업 대용으로까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셋째는 시민의식의 문제이다.   

 후보를 선택한 기준이 정당, 정책, 능력, 인간 됨됨이, 사적 관계 등 무엇이었든 대표로 뽑은 이상 그들이 구상하고 있는 정책과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들을 사적 민원 해결사나 청탁의 창구로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 다 없애야 한다’고 말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 봤으면 한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근본 취지는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통치와 지배에서 벗어나 각자에게 각자의 권한을 주어 각자에게 맞은 의제와 정책을 수립·집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담당자들은 중앙정부나 중앙정치로부터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받기 위해 힘써야 하고 예속됨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완전한 서구식 지방자치가 아닌 제한적 지방자치지만 현재 주어진 재량권이라도 극대화하여 분권과 자치가 중앙집권제보다 우월한 제도임을 입증해 내야 한다. 천문학적인 세금으로 선거를 치르고 급여를 지불하고 있는 만큼이라도 효과와 보람, 비전은 있어야 한다. 각자의 위치와 처지에서 성공적인 지방자치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

/최헌묵(계룡시 엄사면 동아아파트 10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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