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사 연담 스님에게 ‘부처의 길을 묻다’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연담 스님 화두

세월호 참사로 인한 슬픔이 하늘에까지 닿은 것일까? 보현사 가는 길에 봄비가 내린다.
불기2558년 부처님 오신 날, 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은 “생명이 귀하고 사람이 거룩하다. 모든 어르신은 내 부모요, 모든 어린이는 나의 자녀이니 지혜의 등불로 사바의 어둠을 밝히고 자비로운 불심으로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내소서.”라며 세월호 참사 관련해 간절한 염원을 담은 법어를 발표했다.
보현사 연담스님도 불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국민 모두가 슬픔에 잠긴 4월, 영산홍은 붉게 꽃을 피우고 있지만 아픈 가슴은 꽃조차 슬프게 보인다”며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은 온전히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난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고 왕생극락을 염원하는 기도를 올려서 아픔을 달래고 영혼을 위로하자”고 못내 이를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마음들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아 사전 약속도 없이 이른 아침 불현 듯 찾은 보현사. 산사의 불청객을 대하면서도 염화미소(拈華微笑)로 맞아주는 연담스님을 만나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구했다. [편집자 주]

▲부처님 오신 날의 참 의미는?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모든 고통 받는 중생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부터 2558년 전, 부처님은 이 땅에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에 헤매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수행본기경’상권, ‘강신품’)”라는 게송을 읊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높고 위대한 존재다”라는 뜻이 아니라, 생명 있는 모든 존재 자체가 바로 온전한 존재라는 생명 존재 가치의 존엄성과 절대성을 표현한 말입니다.
땅을 밟으면서도 땅이 아파할까봐, 땅 위에 존재하는 미물들이 다칠까봐 조심 조심스레 걷는 부처님의 지고지순한 생명에 대한 존엄과 인간성의 발로를 이해한다면 부처님 탄생게의 의미를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 속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생로병사를 벗어나는 진리의 길을 일깨워 주기 위해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밝히는 이유도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세속의 탐진치(貪瞋癡,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를 벗어나 연등처럼 환히 빛나는 참나의 근본 자리를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보현사를 소개한다면?
계룡IC 인근(두마면 입암길)에 자리한 보현사는 1980년대 초 성불사 비구니 스님인 성불스님에 의해 창건된 조그마한 포교 도량입니다. 당시 계룡대 공군본부에서 군종장교로 근무하던 저는 우연히 이곳을 찾아 성불스님과 인연을 맺게 됐고 2005년 스님의 입적과 함께 이곳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보현사는 개척 포교도량이라 비록 건물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신도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현재는 300가구 1,000여 신도가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매주 일요일(10시 30분) 열리는 정기법회는 뜻있는 신도들이 적극 동참해주고 있어 여느 절보다 더욱 알차고 활성화돼 나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부처님 도량 잘 일구고 가꾸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 주고, 계룡시 발전을 위해 늘 기도하는 도량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연담스님이 불교에 귀의하게 된 이유는?
저는 어릴 적부터 아픈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렇게 의사의 꿈을 키우며 보내던 충남고 2학년 어느 날 ‘대의왕(大醫王)’이라는 경전 문구를 보게 됐습니다. ‘대의왕’이란 말은 “인간이 존재하기에 겪어야 하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과 삶의 과정에 수반되는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라는 정신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라는 경전(잡아함경)에 나온 말로 부처님을 달리 표현하는 말입니다.
이 의미를 이해하게 된 저는 의사도 물론 훌륭하지만 더 큰 의사가 되어야 하겠다는 결심이 섰고 이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하면서 삭발 수행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후 1986년 졸업과 동시에 공군 군종장교로 임관해 최초 강릉에 있는 18전투비행단에 배치돼 군에서 포교활동을 시작했고, 지난 2008년 공군 군종감(공군 대령)을 마지막으로 군을 예편하고 이곳 보현사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스님의 1인 시위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지난 3월부터 매일 아침 시 청사 앞에 나와 ‘수행환경 파괴하고 종교 활동 말살하는 개발을 중단하고, 개발 축소 약속 이행하라’는 피켓을 직접 만들고, 목탁을 두드리며 1인 시위를 펼친 바 있습니다. 또한, 4월에는 엄사 사거리 일대로 나와 보현사 살리기 서명운동도 함께 전개했습니다.
모든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산 속에서 수도생활을 하고 있던 스님이 속세까지 내려와 1인 시위를 펼치겠다고 마음먹은 연유를 한 번쯤 계룡시민들이 돌아봤으면 해서 이 같은 시위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물론 저도 누구보다 계룡시 발전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사업으로 시민들의 먹고 살기 위한 공장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과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이 파괴된다면 그 어떤 것으로도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릴 목적이었습니다. 결국 시와는 이를 원만하게 해결했지만 분명한 것은 자연과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스님의 수행 화두는?
유마거사의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입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 ‘불자에게 어떤 희망을 주는 삶을 살 것인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묻고 있습니다. 유마거사의 말처럼 중생의 고통이 모두 치유된다면 이 같은 나의 집착과 병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입니다. 사바세계 고해의 바다에서 나도 그들과 함께 아프고 함께 고민하다보면 저절로 아픔은 치유될 것이고 진정한 행복과 희망을 만나리라 확신합니다.
본래 이곳 사바세상이 정토세상입니다. 죽어가는 곳이 아니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정토고 극락입니다. 모든 만물이 이를 깨우치고 행복해질 때까지 저 자신부터 수행하고 또 수행하겠습니다.

 
 

▲시민 및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모든 종교는 보편성과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을 행하고,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고, 사랑과 용서와 자비심을 실천해 나가는 것 등입니다. 군 포교시절에는 여러 종파가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고 서로를 인정해 줘 종교의 참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우리 계룡시에도 이 같은 종교의 보편성과 보편적인 가치관들이 서로 화합하고 어우러져 더욱 희망차고 행복한 계룡시를 만들어나가는 데 모두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고통 받는 모든 아픔들이 치유되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전철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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