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노인들은 불행할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행복감이 높아지며 이런 경향은 아주 고령이 될 때까지 지속된다는 것이 최근 쏟아져 나오는 ‘노인 행복도 연구조사’의 발표다.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에서 젊을 때 행복도가 최고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행복도는 U자형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점은 23세와 69세였으며 75세 이후에는 점차 다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행복도가 최저점에 달하는 시기는 55세 전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 혹은 주변의 중년들이 처해 있는 상황들을 보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 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인생의 여러 시기들 가운데 무거운 짐을 가장 많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시기가 이 때다. 이 시기를 지나면 짐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따라서 행복감도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수 년 사이 나온 다른 조사들과 비교해 볼 때 약간의 연령 편차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궤를 같이 한다.
연구에서는 25세와 65세가 가장 행복한 시기로 나타났다. 40대 후반부터 삶에 대한 만족감이 커지기 시작해 85세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년층의 높은 행복감에는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사회활동 기회가 늘어난 것이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조사에서 노인들은 행복감의 원천으로 인생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을 꼽는다. 인간은 인생의 모진 풍상을 겪으면서 고집스러운 자아가 꺾이고, 자족과 내려놓음을 배우게 된다.
또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부터도 많이 자유롭게 된다.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갖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노년의 행복은 이런 인생의 지혜가 선사하는 선물이다.
연구진들은 그렇다고 23세의 행복과 69세의 행복이 똑같은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단다. 맞는 말이다. 젊은 시절의 행복을 다가올 것에 대한 기대에서 나오는 충만한 감정이라고 한다면 노년의 행복은 현재에 만족하는 잔잔한 감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두 감정의 우열을 따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배와 사과 중 어느 것이 더 뛰어난 과일인가를 따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불행감이 계속 커져간다면 인생은 지옥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적응력이 대단히 뛰어난 유연한 존재이다. 노년의 행복은 이런 적응력의 산물이다.
그러니 현재 인생의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시련 후에 기다리고 있는 행복감을 떠올리기 바란다. 그저 연령상 노인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얻은 지혜가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라면 그 행복을 좀 더 일찍 앞당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김원태 새누리당 충남도당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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