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결론은 ‘소리 큰 사람이 일찍 죽는다’다.
얼마 전 멋진 벽시계를 샀다. 방에 마침 벽시계가 없던 터여서 냉큼 하나 집어 들었다. 배터리를 넣어 벽에 걸었다. ‘째깍 째깍’ 시계가 세월 가는 소리를 요란하게 알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계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이렇게 큰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째깍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도 처음이다. 밤이 깊어 세상 소리가 잦아들자 째깍 소리는 정적을 깨며 침실까지 스며들어 왔다. 도저히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싼 게 비지떡’인데 싼 맛에 공연히 돈 버렸구나 싶었다. 누구에게 거저 주기도 그렇고 멀쩡한 새 시계를 내다버리자니 그도 아까웠다.
소리 큰 시계를 유배시키기 위해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마땅한 유배처를 찾아냈다. 화장실이다. 화장실 벽에 시계를 걸어 놓고 문을 닫아버리니 잠잠해졌다. 유배된 벽시계는 출근 전 화장실에서, 나에게 늦지 않도록 큰 소리로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석 달쯤 지난 어느 날 시계가 죽어버렸다. 집안 다른 벽시계들은 배터리를 한 번 넣으면 보통 이삼년은 거뜬히 버티는데 소리 큰 시계는 수명이 짧았다.
수년이 지난 전자 손목시계 하나는 구석에 처박아 두어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이 액정 시계는 숫자로 시간을 알려줄 뿐 째깍 소리를 전혀 내지 않는다. 몸집 줄여 조용히 살면 장수하는 법이다. 소리 큰 벽시계의 배터리를 갈아주었다. 이번엔 두 달을 겨우 버티더니 서버렸다. 세 번째는 달포 만에 요절했다. 아무래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아 고물상에 줘버렸다. 빈 수레처럼 소리만 요란한 시계였다. 한정된 귀한 에너지를 소음 생산에 허비하면 빨리 죽는 게 당연하다. 시계의 사명은 ‘째깍’소리를 내는데 있지 않다. 배터리가 시계의 밥이고 보면 째깍 소리는 시계가 비싼 밥 먹고 내는 헛소리이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소음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극소화시켜야 시계가 오래 산다. 시계의 수명과 품질은 소리의 크기에 반비례 하는 게 분명하다.
오래 사는 놈은 귀를 바싹 대어도 소리가 들릴 듯 말듯했다. 어디 시계뿐이랴. 인간도 마찬가지다. 흔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은 오래 살기는 틀린 것 같다. 목소리가 커서 항상 이익을 더 챙기고 안 될 일도 되게 만들어 기고만장할지 모르지만 큰 소리는 만수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큰 소리는 정력 낭비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감정 격화로 건강을 해친다. 큰 소리는 스스로 “나는 빈 수레요, 소음과 같은 존재요, 단명합니다"하는 고백과 다름없다. 생명 같은 소중한 시간을 축내가며 소음을 만들어 세상을 시끄럽게 하다니-. 장수하는 사람들의 비결을 들어보면 하나 같이 큰 소리 안내고 조용히 산 사람들이다. 큰 소리 치는 사람들은 소리 큰 벽시계가 주는 교훈을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박민수 희망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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