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구름처럼 헤맨 날들이
둥근 원이 되어 머문 산사자락
겨울은 깊어만 가고
적막하다 싶기도 하지만
샘터에 물고이듯 법열이 차오르지요

싸락눈이 내리는가 하면 멈추어
태양이 그 큰 눈을 떠 녹여주다가도
스르르 눈감으면 잿빛 커튼을 드리우고
일렁이는 바람에 수런대는 나무들

이른 아침 창밖에는
온 세상이 백설로 뒤덮여
나무마다 제 모양을 뽐내고
설레는 가슴은 무아의 경지에 듭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에
온갖 새들이 내려와 앉고
아름다운 깃털은 더욱 빛나지요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량에서 함께 사는 까치부부가
날개를 펴 선회하다 작은 새들을 쫓습니다

천상의 무릉도원 백설의 잔칫상에
노란 밀감 몇 알 던져 놓고
그대를 초대합니다

/송정 (원통사 주지, 한국문인협회 계룡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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