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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에서 손주와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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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3  0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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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잘 해야 한다. 그래야 아들, 손주 얼굴을 볼 수 있다. 며느리 비위를 거슬리면 아들도 손주도 구경하기 힘든 세상이다. 애들 기르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 그런지 며느리가 시어머니 방식을 믿지 못하니 손주만 볼 수 있는 경우는 더 드물다.
그나저나 우리 며느리가 직장일로 바쁜 관계로 금년에는 두 번이나 손주를 우리가 사는 계룡에 보내는 일이 생겼다. 손주가 할머니인 나를 무척 좋아하는 것과 금년에 5세로 어린이집 3년차가 된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 한번이 며느리가 외국 출장가는 동안 아들이 데리고 왔다가 손주만 두고 간 경우인데, 지난 5월 4일에 왔다가 10일에 간 일이다.
자식 일행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들 며느리와 함께 오는 경우고 아예 손주만 오게 되는 경우는 그 책임감이 남다르다. 무얼 해야 다섯 살짜리가 재미있어 할지, 뭘 해 먹일지가 다 걱정이다.

계룡에 온 손주 ‘준우’는 첫마디가 자기는 기차를 좋아한다면서 기차 타자고 졸라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들과 손주와 나는 서대전까지 한 정거장을 기차로 가고 할아버지와 왕할머니는 차로 서대전역으로 가서 만난 후 저녁을 서대전에서 사 먹기로 했다. 이런 일은 손주 성화나 있어야 할 일이지만 기차 요금이 어른이 2600원 아이는 1300원이니 놀이터 청용열차보다 싸다며 우리는 가면서 웃었다.
계룡시는 대한민국 딱 중간쯤에 위치한 곳이라 통영도 목포도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우리 부부, 작은 아들, 손주,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까지 5명은 어린이날인 5일에 함평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계룡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함평의 들머리해수욕장 근처 펜션을 빌려 조개도 잡고 밤에 뻘길로 산책도 갔다. 노을 지는 바다에서 할아버지, 아들, 손주까지 3대가 해를 보고 걷는 모습은 그대로 그림이다. 다음날은 나비축제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꽃과 나비를 듬ㅤㅃㅡㄱ 즐겼다. 그리고 그날 계룡으로 돌아왔고 다음날인 7일은 아들이 출근해야 하니 아들은 밤에 서울로 가고 손주만 남게 되었다.
자! 이제 뭘 하고 손주하고 노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8일엔 대전의 동물원에 가서 놀이기구 타고 동물들 보면서 신나게 보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주공아파트 산책길을 돌아 준우를 데리고 두계역 근처 철도건널목으로 갔다. 준우는 오래도록 멈춰서서 지나가는 기차를 여러 번 보았다. ‘댕댕댕댕’ 하는 경보음, 신호를 보내는 아저씨, 차단목 내려오는 것 등이 신나서 말이다. 손주는 멀리서 오는 것만 보고도 KTX, 무궁화, 새마을호를 알아보는 걸로 봐서 정말 기차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녁에는 차를 가지고 똑방길로 가서 할아버지와 두계천에 어항을 넣어 두었다. 낼 이맘때쯤 고기들이 들어가면 손주에게 보여주고 싶은 할아버지 마음에서다.
9일엔 내 단골 미장원에 가서 준우 머리를 단정하게 깎아주고, 홈플러스에 가서 장난감과 책을 샀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뚝방길로 가서 어항을 들어보니 피라미들이 여러 마리 들어 있었다. 손주나 할아버지나 신나게 들고와서 집 연못에 “하나, 둘, 셋...” 헤아리면서 넣어주는 모습이 또 하나의 정겨운 그림이다.
도시에 사는 애들에게 기찻길이 바로 옆에 있고 물고기 노는 개천이 근처에 있는 소도시의 정경은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준우가 우리집서 좋아하는 일이 붕어 밥 주는 일, 개 쫓아다니는 일, 고양이 밥 주는 일 등이고 민들레 홀씨 불어 날리고 강아지풀 뽑아서 어른 간지리는 일 등이다. 애들은 놀 게 있어야 노는 게 아니라 놀이 자체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일은 애 엄마가 외국에서 오는 날이다. 혼자 있는 동안 한 번도 엄마 아빠를 안 찾던 신통하던 애가 KTX를 타자, “할머니!, 왜 KTX는 밖에서는 빠르더니 타니까 안 빨라? 언제 다 가?” 한다. 이건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일이 아니라 엄마 보고 싶은 어린아이 심정에서 설명이 될 일이리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보니 지난 며칠간 순주와 보낸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나도 어릴 적에 방학만 되면 반가워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고 외갓집으로 달려갔었다. 내 손주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계룡집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다섯 살짜리가 엄마 아빠 없이 와 있었던 것이 대견하고 그렇게 우리를 믿어준 아들 내외도 고맙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가운 것이 아니라 오니 반갑고 가니까 허전한 것이 손주인 것이다.

* 자기가 안 보는 동안 아들 논 모습이 궁금했을 며느리를 위해 손주의 우리집 생활을 찍은 사진을 붙이고 간단한 설명글을 써 넣어 앨범을 만들어 보내주었다. 그랬더니 안심이 되었던지 금년 8월에 또 한번 아이만 보내는 일이 생겼다. 그 이야기는 다음
/이홍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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