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622명의 설문조사 결과 2013년 사자성어로 ‘倒行逆施(도행역시)’를 선정했다.
‘도행역시’는 오자서에서 비롯된 유래로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한다’는 뜻이다.
반면, 네티즌들이 선택한 사자성어로는 식소사번(食少事煩)이 뽑혔다. 이는 ‘일은 힘들게 하는데도 얻은 것은 적다’라는 의미다. 결국 지난 한 해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보면 소통과 불통의 문제, 먹고 사는 문제가 현 사회의 최대 관심사였던 듯싶다.
또한 얼마 전엔 ‘안녕하십니까?’라는 한 대학생의 대자보가 한동안 대학가와 인터넷 등의 관심을 달구기도 했다. 안녕치 못한 작금의 현실을 꼬집는 말이어서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것 같다.
어느덧 다사다난했고 다시 올 수 없는 아쉬운 2013년은 그렇게 지나갔고 대망의 갑오년 새해가 밝아왔다. 올해 역시 각계각층 인사들은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며 한 해의 바람을 담은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교수들은 갑오년 새해 사자성어로 ‘민귀군경(民貴君輕)’을 뽑았다. ‘민귀군경’은 맹자의 ‘진심’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는 의미다. 분명,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에 명시됐듯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갑오년 역사 속에서도 1894년 갑오경장이 있었고, 동학농민운동으로 촉발된 치욕의 청일전쟁이 우리 땅에서 일어났다. 이번 기회에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은 언젠가는 국민들로부터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는 역사적인 준엄함을 알리기 위한 교수들의 일침인 듯싶다.
이기원 계룡시장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새해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이 고사는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어떤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센 의지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남 보기에는 미련한 것 같이 보이지만, 한 가지 일을 계속 물고 늘어지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는 비유다.
이 사자성어도 마찬가지로 모든 일은 계룡시민으로부터 나옴을 알고,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진정한 ‘우공이산’을 이루지 않을까 한다.
말과 관련한 사자성어 가운데 기복염거(驥服鹽車,驥:천리마 기. 服:복종할 복. 鹽:소금 염. 車:수레 거)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준마가 헛되이 소금 수레를 끈다”는 고사 성어다.
주(周)나라 백락은 말(馬)을 알아보는 명수(名手)였는데 어느 날 길을 가다 소금 수레를 끌고 가는 말 한 마리를 보고 한탄을 한다. 용장을 태우고 천하를 누벼도 시원치 않을 천리마(千里馬)가 일개 필부(匹夫)의 수레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도 그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계룡시는 인사문제로 각종 잡음에 휩싸인 적이 있었는데 갑오년 새해에는 천리마같은 알짜 인재들이 소금수레를 끌고 있지는 않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그들이 마음껏 시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칭찬하고 격려했으면 한다.
역술학적으로 60갑자의 31번째 해당되는 갑오년(甲午年) 말띠 해는 ‘청마(靑馬)의 해’다.
서양에서는 청마를 행운을 가져다주는 ‘유니콘’이라고 믿고 있고, 동양에서는 청마(靑馬)를 목(木)의 기운에 해당돼 진취적이며 성격이 곧고 활발하다는 특징이 있다는 설이다.
대망의 갑오년 새해, 여느 해보다 더욱 의미 있고, 진취적인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전철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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