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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정치권에 주는 한비자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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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9  00: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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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고사 중 ‘창과 방패’ 이야기가 있다. 한자로 창은 모(矛), 방패는 순(盾)이다. 이 두 낱말의 합성어가 바로 모순(矛盾)이다. 이런 어원을 가진 모순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하나는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고, 또 하나는 두 가지의 판단이나 사상이 서로 배타적이어서 양립할 수 없는 관계를 이르는 말이다.
한(韓)나의 왕족으로 학자였던 한비(韓非:?-B.C.233)는 그의 저서 한비자(韓非子) 난세편(難勢篇)에서 ‘모순’에 대해 이렇게 전하고 있다.
때는 중국 전국시대-. 주(周)나라의 위세는 땅에 떨어지고, 군웅(群雄)이 어지러이 일어나, 서로 세력을 다투고 있었다. 곳곳에서 싸움이 되풀이 되고, 토지와 성을 뺏고 빼앗기는 피비린내 나는 바람이 중국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 이런 판국이라 병기의 소모가 심하고 좋은 무기일수록 불티나게 잘 팔렸다.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

그즈음 창과 방패를 파는 초나라 장사꾼이 어느 마을 저자(시장)에 나타났다. 전쟁은 마침 소강 상태였으므로 저자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은 두 가지 병기를 놓고, “자, 이 창을 보시오. 서릿발 같은 창 날, 천지에 이보다 좋은 창을 보신 일이 있습니까? 이 창 앞에는 그 어떤 방패도 소용이 없습니다. 단박에 뚫을 수 있는 창이니까요.”
이렇게 신나게 떠들어대던 이 상인은 이번에는 방패를 들고, “이 방패는 어디서나 파는 그런 것이 아니요. 명인의 손으로 만든 이 방패는 단단하기가 천하일품이어서 아무리 예리한 창으로도 찌를 수 없는 방패요. 자, 사시오. 적이 언제 쳐들어올지는 모르는 일, 그때 가서 걱정한들 이미 늦습니다.”

-천하 제일의 방패와 천하 제일의 창이 주는 교훈-

이 때 한 노인이 입을 떼었다. “과연 당신이 내놓은 창과 방패는 참으로 훌륭한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몰라도 당신이 그 어떤 창에도 뚫리지 않는다는 방패에, 그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 있다는 창으로 한번 찔러 보면 어떻게 될 것인지 그걸 알 수가 없구려. 거기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해보시오.”
상인은 입을 열지 못했다. 노인은 “여러분 어떻소? 이 점이 제일 궁금한 일이 아니오?” 노인의 이 말에 상인은 어느새 짐을 걷어 어디론가 가 버리고 없었다.
‘모순(矛盾)’이라는 고사(故事) 풀이는 글 머리에 언급했듯 ‘둘 사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를 뜻한다. 허나 한비가 ‘모순’이라는 고사를 통해 후세에 전하고자 한 진정한 메시지는 무얼까? 하나는 공격 수단이요, 다른 하나는 방어 수단인 창과 방패, 이른 바 병기가 없어져야 전쟁이 사라지고 화해와 평화의 길이 열린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지 않나 싶다.

-정치권 언제까지 국민 실망시킬 건가-

요즘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일본 총리의 망언에서부터 중국의 이어도 항공식별구역 설정, ‘청와대 포격’ 운운 등 시도 때도 없이 공갈 협박을 일삼는 북한, 일본과 중국 간 영토분쟁 등 국내외 정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뜻을 헤아려 화합과 총화를 도모해야 할 정치권이 ‘NLL 포기 발언’이니, ‘국정원 선거 개입’이니 하며 한 치의 양보 없이 진흙땅 싸움만 벌이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고 국론마저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분열되고 있으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가 민주주의의 기본 요체라면 이 가운데 국민에 의해 선택된 국회의원은 있어도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는 실종된 상태다. 이런 면에서 최근 천주교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의 군산 시국성명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들을 불순 세력으로 몰고, 진보진영에서는 불통의 여권 정치행태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라는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제의 발언이 잘못됐다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사제단의 외침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정치권이 성명의 어느 한 구석만을 내세워 주도권 장악이나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사실 ‘NLL 포기 발언’이나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요, 사활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여야 상호 이들 사안에 문제가 없다는 듯 위풍당당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 지 묻고 싶다. 검찰 수사면 어떻고, 특검이면 어떤가?, 또 검찰 수사 후 미진하면 그때 가서 특검을 하면 어떤가?“ 도대체 이도 저도 아닌 여야의 행태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우리 창이 천하 제일이다’, ‘아니, 우리 방패가 천하 제일이다’고 서로 우기고 싸움질만 할 것인가. 선거 때만 되면 ‘민심은 천심’이라며 지역구민을 하늘 같이 모시겠다는 여야 정치인들 언제까지 국민을 실망시킬 건가?
이용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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