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잘 하는 사람치고 잘 되지 않은 사람 없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던 적이 있다. 지방자치 실시 이전인 공직자 임명제 시행 때의 얘기다. 당시만 해도 기자들의 눈에 드는 인사 대개가 지역 국회의원이 되거나 도지사나 시장 등 고위 공직자들도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그만큼 기자들에게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있다는 예기일 게다. 예나 지금이나 기자들은 자신의 자질과 능력만 믿고 독선을 부리는 이보다는 자질과 능력이 있으면서도 겸손과 소통, 청렴을 더 중히 여기는 이들에게 마음을 준다. ‘빈 수레가 요란하고,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처럼 겸양지덕을 모르는 자에게는 관심과 마음이 멀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지방자치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에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는 것이 기자들에게 잘 하는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기자들의 마음에 드는 걸까? 딱히 짚어 말하기는 어렵다. 허나 많은 기자들은 대체적으로 서로가 서로의 직종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상대의 입장이 되어 헤아려 주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비록 잦은 비판 기사로 곤욕을 치를지라도 ‘나 만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기자)들 또한 국가와 민족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이가 바로 기자들의 마음을 사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이란 말이 있다. ‘가까이 하자니 그렇고, 멀리 하자니 그렇고’, ‘가까이 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다’는 비유다. 흔히 기자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언론이라는 직종에 종사하는 기자의 하루 일과는 출입처를 돌며 각종 정보와 독자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때거리(기사거리)를 취재하고, 이를 기사화 하는 것이다. 때문에 보도된 기사 내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때로는 부정과 비리에 대한 비판 기사로 공직자가 하루 아침에 자리에서 내려오거나, 징계나 사법재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기자 역시 진실 보도가 아닌 오보 등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불가근 불가원’이란 말이 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강한 건 사실이다. 허나 양식 있는 기자들에겐 기분 좋게 들리는 말은 결코 아니다. 취재 대상이 된 자신들만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다. 기자 또한 언론이라는 매체를 통해 부정과 부패로부터 건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듯 기자에게도 보도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 등의 도덕성이 요구되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자치가 활성화 되고 있는 요즘에도 기자에 대한 각급 기관 단체의 ‘불가근 불가원’ 입장은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특히 기초단체의 경우 관선이 아닌 선거직 시장 군수 및 구청장 등이 시·군·구정 총수로 자리하면서 4년 내내 자기 치적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기, 차차기 등 재선·삼선을 겨냥해서다. 이들은 크고 작은 각종 지역행사를 통해 지역민을 자주 대하게 된다. 이런 프리미엄과 함께 매일 같이 쏟아내는 시·군·구정 홍보 덕에 주민들은 ‘우리 시장님이, 우리 군수님이, 우리 구청장님이 시·군정 및 구정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허나 기자들과 양식 있는 공직자, 그리고 시민들의 눈엔 ‘자리가 문제지 국민 세금 갖고 일 할 사람은 얼마든 있다“는 비판의 시각 또한 만만치 않음을 간파해야 한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전국 각지에서는 한 지역에 2-3개의 신문이 생겨날 만큼 지역 언론의 중요성이 확대돼 가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 신문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역민의 비판의 소리 또한 높다. 언론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 창출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지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 및 사랑 부족, 광고시장 협소 등 지역 언론 환경이 열악한 게 현실이다. 상당 수 지역 신문들이 지자체에 광고 및 구독 등을 의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단체의 발전과 건전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언론과 지자체, 각급 기관 단체 등 모두가 비록 기능면에선 다르다 할지라도 ‘불가근 불가원’이 아닌,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상생을 길을 함께 걸어야 한다.
이용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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